[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알다가도 모를 시장이다. 하루에 30포인트는 기본으로 움직이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하루하루 대응전략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나마 대외변수에서 안정적인 내수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작 내수주의 대표주자 격인 유통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11개 대형 유통업체는 오는 10월부터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 수수료를 현재보다 3~7% 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세부적인 인하 폭과 대상업체는 유통업체가 직접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8월26일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판매 수수료 인하를 요청했고, 이후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통주의 암초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달 23일부터 전일까지 주가가 13% 하락했고, 롯데쇼핑 역시 6%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전날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 7일 주식시장에서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대형 유통주 주가 역시 일제히 2%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통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조금 냉담하다. 당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과거와는 다른 정책 방향이나 향후 수익성 전망 등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으로 유통업체-중기업계-정부의 삼각구도 하에서 판매 수수료율이 협의된 새로운 사례가 향후 판매 수수료율 결정에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과거와 다른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 긍정적이지는 않을 전망이라는 것.
김경기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향후 유통업계의 정부 눈치보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높은 매출 증가세에 상응하는 높은 이익률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는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이익감소는 불가피하다"며 "각각 유통업체의 영업이익이 3~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심리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률까지 정부 규제에 의해 하락한다면 현재 유통업종이 받고 있는 시장대비 30% 프리미엄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유통업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 전체 시장에서 보면 그나마 내수주가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종목 선택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수출주를 매도하고 내수주를 매수하는 차별적인 매매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들도 수출주 중심의 매도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대외변수의 불투명성이 어느정도 완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매매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중 변동성이 축소될 경우 내수주와 중소형주 중심의 트레이딩 전략이 당분간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