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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죄송하지만 서류 한장 더 작성하셔야"

장순원 기자I 2009.02.04 13:48:28

주식형펀드 2개 가입에 1시간여 걸려
고객성향파악·투자위험 설명 꼼꼼해져

[이데일리 장순원기자] 오늘(4일)부터 투자자 보호제도가 한층 강화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 기자는 자통법 시행 첫날 은행 영업점에 들러 직접 펀드에 가입해봤다.

오전 10시37분, 여의도에 있는 A은행으로 들어섰다. 일반 직장인들의 업무시간이어서 그런지 창구는 한산했다.

펀드판매 창구에 앉자마자 판매직원은 먼저 "(가입을) 생각하시던 펀드가 있냐"고 물었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다시 오를 것 같은데 주식형펀드도 좋고 다른 종류도 괜찮고, 뭐가 좋아요.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유명한 데 그것도 파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판매직원은 "오늘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돼 고객투자 성향부터 파악해야한다"며 총 4페이지 분량의 `투자자정보 확인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투자자보호제도가 강화돼 예전보다 펀드 가입하기가 무척 까다로와졌다"고 말했다.

투자자확인서엔 투자권유 희망여부, 고객정보 제공 동의 여부, 투자자 정보확인, 위험선호도 자가진단 등이 포함돼 있었다. 연령대나 투자경험, 금융지식 정도 등의 투자자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손실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투자자정보 파악절차 거부확인서`를 따로 작성한 후에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투자 경험이 거의 없지만 일부 원금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적극투자형`을 선택하니, 판매원은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며, 2~3년 안에 원하시는 투자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투자신탁5호(A)`와 `하나UBS블루칩스바스켓투자신탁V-1호A` 펀드투자보고서를 내보이며, 수익률과 주요투자종목 및 보수체계 등을 설명했다. 인사이트펀드도 보여달라고 하자 "인사이트펀드는 자산분배 상황 등이 나와있지 않아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밖에도 요즘엔 채권형펀드 투자자들이 많다며 템플턴글로벌채권형투자신탁-자(A)형을 권했다. 총 4 종류의 펀드를 비교해보고 국내·외 주식형 펀드 각각 하나에 가입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나니 40여분이 흘렀다.

가입서류를 작성해 펀드 판매직원에게 건넸다. 판매직원은 주위 동료에 물어보더니, 투자자체크리스트를 내밀며 "손님 죄송하지만 마지막으로 서류 하나만 작성해 주세요. 투자경험이 별로 없는데 적극투자형을 선택하셔서요…"라고 했다. 이어 "예전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알려주시면 가입서 하나 작성만 하면됐는데, 이젠 이것저것 써야할 게 많아졌어요"라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1시간 가까이 흘렀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한 명 있어 내용은 대충 훑어 볼 수밖에 없었다.

창구를 나서며 "이러다가 하루종일 팔아도 펀드 몇 개 못팔겠어요"라고 묻자, 판매원은 "안그래도 요즘은 손님처럼 간간히 찾아오시는 분 외엔 하루에 문의전화 두 세통 오는 것이 고작"이라며 가입해주셔서 감사하단 인사를 했다.

은행문을 나선 시각은 11시 43분이었다.

자통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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