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株, 유동성 우려 왜 잦아들지 않을까?

김춘동 기자I 2008.09.01 14:30:13

시장과 소통부족으로 유동성 우려 자초
밥캣 실적 악화되면 실제 재무부담 증폭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두산그룹주가 1일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 출자에 따른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난 주말에 이어 재차 급락하고 있다.

두산이 최근 인수·합병(M&A)으로 급성장한 그룹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의 세번째 타깃이 된 셈이다.

두산그룹측은 미국의 건설장비업체인 밥캣 인수과정에서 채권단과의 채무약정에 대한 오해가 있었고, 향후 추가 출자는 없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진 못하고 있다.

두산 역시 이전에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던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시장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미국과 유럽의 건설경기 상황에 따라 실제로 두산그룹이 부담해야 할 재무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두산그룹, 재무리스크 적극 해명

두산그룹은 지난달 28일 밥캣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해외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DHEL)에 대해 1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이후 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락하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우선 증자 결정은 여유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여 우량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투자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권단과의 차입약정에 따라 차입금을 EBITDA(이자와 세금, 감가상각비 이전 이익)로 나눈 배수가 7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EBITDA 부족분만 현금으로 보충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설령 EBITDA가 최악의 경우 2억5000말달러로 떨어지더라도 투입금액은 5000만달러(500억원)에 불과하며, 향후 10억달러 이외의 추가 증자 계획은 전혀 없다고도 강조했다.

◇ 시장과 소통 부족…우려 해소엔 역부족 

반면 1일 주식시장에서 두산그룹의 주가는 지난 주말에 이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첫번째 원인은 시장과의 소통 부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번에 두산이 채무약정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투입해야 할 금액은 1억달러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여력 확충을 이유로 한번에 10억 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해 시장의 우려를 자초했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금호그룹을 비롯해 대형 M&A에 나섰던 그룹들이 잇달아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린 것을 보고도 전혀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두산(000150)그룹은 DII에 대한 출자 결정을 앞두고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사실무근입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라는 거짓말로 스스로 시장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지난 주말 설명회에선 구체적인 유상증자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김장환 유진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으로 밥캣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려는 목적이 추가 증자 가능성과 함께 유동성 문제로 확산됐다"며 "10억 달러 출자로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린 만큼 신뢰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DII 기업공개 연기되면 재무부담 커

DII의 주된 매출처인 미국과 유럽 건설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자금지원과 함께 실제로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10억달러 출자를 통해 밥캣의 재무비율이 개선되겠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향후 밥켓의 EBITDA가 3억달러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추가출자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DII의 장기적인 차입금 상환능력과 기업공개(IPO) 지연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제기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DII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2012년 이내로 계획된 IPO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PO가 지연되면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파이낸싱한 8억달러에 대해 연 9% 이자율을 적용해 2012년 말까지 상환해야 한다.

이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에 대한 상환금액 약 12억3000만달러와 인수 차입금 중 14억 달러의 만기가 겹쳐 DII는 2012년까지 영업활동으로 약 26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두산인프라코어로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도 분석리포트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금요청에 직면할 것이며, 밥캣 인수에 함께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자금경색을 야기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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