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이 주유소를 상대로 복수폴제(복수상표표시제)를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1일 공정위와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주유소협회로부터 주유소들의 복수폴제 도입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고 정유사들의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혐의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주유소협회로부터 복수폴제에 대한 서면자료를 받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유사의 불법적인 혐의가 발견되면 현장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 주유소가 별도의 저장탱크를 갖추고 여러 정유업체의 기름을 파는 `복수폴제도`는 지난 2001년 정유사간 경쟁을 유발해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를 시행 중인 주유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주유소협회의 복수폴제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복수폴제가 법적으로 도입된 이후 지자체에 복수폴을 신고한 주유소는 404개였지만 현재 176개로 줄었으며, 그나마 실제로 복수의 상표를 표시한 곳은 32개에 불과하다.
전국 주유소 1만2000곳 중 복수폴을 달고 있는 곳은 0.26%에 그치고 있는 것.
주유소측은 복수폴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에 기름을 독점으로 공급해오던 SK(003600)와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상표 표시대를 회수하는가 하면 보너스카드나 신용카드 가맹점을 취소해버리는 등 압력을 넣기 때문에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복수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군구에 등록된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정유사들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SK폴을 달았던 서울 금정구 주유소와 광진구 주유소, GS폴을 달았던 부천 주유소는 복수폴제를 신청한 후 정유사의 방해로 현재 `무폴 주유소(상표표시없는 주유소)`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고유가 시대에 복수폴제를 활성화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유사의 횡포때문에 복수폴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며 공정위의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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