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12일 박승 한국은행은 총재는 9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환경이 이렇게 악화되지않았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어떤 의미에서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미국경기 침체, 증권시장 침체, 이라크 사태, 태풍 수해 등 대외환경 불안문제가 걷히면 정상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콜금리 유지가 `조건부 유지`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9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배경을 설명해달라.
▲지난 8월 우리 경제는 생산, 소비, 건설, 고용 모든 부분에서 견조한 확대세를 지속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설비투자가 전달에 이어 계속 침체돼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전년동기비 20% 증가하는 활황세를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경기 확대세를 유지해줬다. 8월 경제현황은 올해 6%대 성장세의 선상에 있다. 8월달 우리경제 성장을 이끌어준 수출은 일년전에 비해 20%에 증가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증해서 수출신장세를 견인했다. 품목별로 보면 컴퓨터 반도체 등 IT업종이 주도했다.
물가는 농축산물이 많이 올라서 8월 소비자물가는 7월보다 0.7%가 올라 큰 상승을 보였고 전년동월대비로도 2.4% 상승을 나타내고있다. 현재 이번 태풍영향과 추석까지 겹쳐서 9월중 물가가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올해 전체 물가는 3% 이내에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 가서는 풀려있는 넉넉한 통화량과 불안정한 유가, 부동산가격 불안정 등 요인이 있어서 지금 침체상태에 있는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경우 내년 안으로 물가상승 위협이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기조가 지속되고있다. 이는 경기회복을 위해 중앙은행이 선택한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5월 콜금리를 25bp를 올렸는데 이후 유동성 증가율 감소하고 가계대출도 5월 이후 그 증가율이 둔화되고있다.
한편 최근 8월에 와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하는 현상을 나타내고있어 한국은행은 이를 우려하고있다. 가계대출은 최근 1년동안에 67조가 늘었는데 총 대출 증가액의 7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 1년간 67조라는 대출증가액의 50~60%가 부동산 투자로 들어갔다고 본다. 이것을 감안하면 지난 1년간 4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해서 지난 1년반동안 강남에서는 56%, 강북에서는 33%, 기타 대도시에서는 약 30% 가까이 집값이 올랐다. 경제안정을 기본 사명으로 하고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경제안정이 물가안정만이 아니고 본다. 물가안정,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안정, 국제수지 안정 이 세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이 세 가지 모두 한은의 통화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물가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주식, 국제수지 안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있다.
이중 현안이 되고있는 부동산문제는 한국은행의 저금리정책과 유동성 공급이 하나의 원인이 됐다. 한은으로서는 여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을 주시할 것이다. 부동산시장만 본다면 당장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등 국제경기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이라크 사태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국내 증권시장이 어려움을 겪고있고 큰 수해까지 맞이한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으로선 어떤 결정을 내리기엔 어려운 시점이다. 금리를 올려야 할 요인도 있고 그대로 두어야할 요인도 혼재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금통위에서는 조금더 관망하고 조금더 신중하게 금리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일치를 봤다. 지금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여러가지로 많은 노력을 해서 그것이 큰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실제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고있다. 물가, 자산가지, 국제수지 등 넓은 의미의 경제안정이 크게 우려된다고 판단될 때는 금통위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것이다.
-현 금리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금리 수준은 균형금리 수준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경기진작적 금리라는 의미다. 현행 금리를 이 달에 그냥 유지하겠다는 것은 방향이 `현상유지` 라는 의미다. 경기부양도 아니고 경기위축도 아니다.
-5월에 콜금리를 올리고나서도 장기금리가 하락했다.
▲콜금리를 올리면 단기적으로 장기금리와 콜금리는 관계가 없다. 콜금리는 한은이, 장기금리는 시장에서 결정한다. 가령 3년짜리 국고채수익률은 시장의 수요공급이 결정하기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콜금리 조정여부에 영향받지않는다. 그러나 장기로 갈수록 반드시 영향을 받는다. 콜금리를 올리면 유동성이 흡수되기때문에 장기금리도 안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콜금리 올려도 장기금리 하락이 일어났다고 통화정책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콜금리 인상의 이상적 효과다. 콜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환수와 가계대출 감소가 나타났는데 장기금리가 낮아 경기는 오히려 부양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기업의 유휴자금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집중됐기때문이다. 그런데 3년이상 국공채 공급이 감소하고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대신 차환만 했기때문에 장기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도 기업 설비투자가 늘어나지않는다면 저금리 기조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부동산 가격급등이 강남에서 강북,지방으로, 아파트에서 토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사실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 조치로 이것이 단절되길 바라고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저금리인데도 일어나지않는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지금 설비투자는 금리가 아니라 투자유인의 함수다. 금리가 높아서 돈이 없어서가 설비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도 낮고 돈도 많지만 투자유인, 다시말해 기대수익이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더블딥이나 이라크 문제 등 국제 여건이 불안하고 과잉시설이 해소되지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금리나 자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과거같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갈텐데 지금은 갚기만 한다. 그러니까 은행은 남아도는 돈을 주택담보대출로 가계에 빌려주고 중소기업에 빌려주는 거다. 대기업 설비투자가 활성화되면 이런 현상은 하루아침에 바뀔 거다. 지금 대기업들은 대규모의 투자를 준비하고있다. 설비투자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않는다.
-5월 이후 과잉유동성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환경이 이렇게 악화되지않았으면 그 안에 상황이 달라졌을 거다. 한국은행이 어느 의미에서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로 국제환경 때문이다. 미국경기 침체, 증권시장 침체, 이라크 사태, 태풍 수해 등등 모든 요인들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않았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한다. 이런 문제가 걷히면 정상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오늘 전윤철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부총리의 발언은 금리를 인상하면 그 파급효과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때문에 조심스럽게 해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 뜻일 거다. 정부관계자의 발언은 참고의견으로 생각할 뿐이다. 아시다시피 콜금리는 금통위가 결정하니까 크게 서운하게 생각하지않는다.
다만 너무 정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면 일반 국민은 잘 모르니까 금리는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착각할까봐 걱정이다. 국민들에게 혼선이 오지 않을까 그 점은 걱정한다.
-저금리 기조는 지난해 9월 콜금리를 50bp나 내리고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으로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정착됐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급등한 상태인데도 아직까지 지켜본다는 말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지금 과연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데 왜 금리를 유지하냐고 하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9월4일에 나왔는데 조치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어떠냐는 문제가 오늘 금통위에서 화두로 등장했다. 금통위에 보고된 부동산 모니터링 자료는 9월6일자 것만 나왔더라. 이것만 가지고 정부정책이 효과가 있다없다 판단할 수 없지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정부 정책이 나왔으니까 일단 그 미시적 조치가 그 결과를 좀더 확인해보자. 관망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 뜻이다.
-5월 한은창립 52주년 기념사에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고 지준율 등 거기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왜 아직까지 조치를 취하지않나.
▲바로 그 무렵부터 한국은행의 손발이 묶인 거다. 더블딥과 국내외 주식시장이 내리막길을 갔기때문이다. 조치들을 다 마련하고도 금통위에 상정을 못한거다. 경제 외적인 요인이 좀 풀리면 정상적인 정책수단을 구사하겠다.
-손발이 쉽게 안 풀릴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하겠나. 이라크 전이나 주식시장 침체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않나.
▲시중의 학자나 사업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금리인상과 유지에 대해 양론이 팽팽하다. 한은에 전달돼오는 의견도 마찬가지다. 암튼 우리도 똑같은 입장이다. 올려야할 요인과 유지해야할 요인이 5:5로 혼재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