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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교착·유가 급등에도…뉴욕증시 사상 최고 경신[월스트리트in]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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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5.12 05:53:20

트럼프 “휴전은 생명유지장치 상태”…군사행동 재개 가능성 거론
호르무즈 해협 긴장에 WTI 98달러·브렌트유 104달러 돌파
美 10년물 금리 4.4% 넘어서…CPI 앞두고 인플레 경계 확대
엔비디아·마이크론·퀄컴 강세…AI·반도체 랠리 시장 견인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와 국채금리가 급등했지만,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갔다. 중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월가는 AI·반도체 중심의 강세장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플로에서 트레이더가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19% 오른 7412.84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0.10% 상승한 2만6274.13으로 마감하며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역시 0.19% 오른 4만9704.47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이란 휴전안 ‘쓰레기’”...이란 긴장 재고조에 브렌트유 2.9%↑

시장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을 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고 이란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이 자리에서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까지 검토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상태에 대해 “대규모 생명유지장치(massive life support)에 의존하고 있다”고 표현하며 협상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 측 평화 제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쓰레기(piece of garbage)”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협상 교착이 길어지면서 시장은 다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주목했다. 휴전 이후 일부 회복됐던 해상 운송 정상화 기대가 약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재부각됐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4.2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9%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0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8%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다시 세 자릿수 중후반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미국 국채시장으로 번졌다. 중동 전쟁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재차 커지면서 국채금리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4bp(1bp=0.01%포인트) 오른 4.408%를 기록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5.8bp 상승한 3.951%까지 뛰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월대비) 추이 (그래픽=트레이딩이코노믹스)
“美 CPI 더 뜨거워질 수도”…유가 이어 주거비까지 ‘인플레 복병’

월가에서는 이번 주 발표될 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주거비 물가까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월의 0.9% 상승에 이어 높은 수준의 증가세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0.2%에서 0.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지표 역시 이번 주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매트 혼바크 모건스탠리 글로벌 매크로 전략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주 발표될 CPI는 다소 더 뜨거운(spicier) 수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주에는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수입물가가 차례로 발표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라고 강조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회의(6월 16~17일)를 앞두고 다양한 물가 데이터를 검토하게 된다. 연준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PCE 물가지수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혼바크 전략 총괄은 다만 “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예상만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이후 상황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업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전가 규모는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혼바크 전략 총괄은 “지금 기업들이 직면한 추가 비용은 에너지 비용뿐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포함된다”며 “기업들이 이런 비용을 얼마나 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이날 “휘발유 가격만이 인플레이션 위협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이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주거비 항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43일간 이어졌던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왜곡이 이번 4월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으로 일부 주거비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고, 임대료 물가를 사실상 ‘0’으로 처리했다.

임대료와 자가주거비(OER)는 6개월 단위 조사 패널을 활용하는데, 당시 왜곡된 데이터가 이번 4월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교체되면서 주거비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주거비는 집을 소유한 사람이 자신의 집을 임대한다고 가정할 경우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임대료를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분석업체 인플레이션 인사이츠의 오마이르 샤리프 대표는 “최근 몇 달간 주거비는 근원물가를 약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렸지만 4월에는 약 0.25%포인트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흐름의 두 배를 넘는 상당한 상승폭”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늦추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견조한 고용과 높은 에너지 가격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이 최소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 차례 인하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동 이슈보단 AI투자 사이클 집중”...퀄컴 8.4% 급등

다만 증시는 AI 투자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주 중심의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날 2.6% 급등하며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지면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는 6.5% 급등했다. 엔비디아도 2% 상승했고, 테슬라는 3.9% 뛰었다. 인텔 역시 애플과의 반도체 생산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며 3.6% 상승했다. 퀄컴도 8.4%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빅테크 종목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약세를 보였다. 알파벳은 2.6% 하락했고, 아마존과 메타플랫폼스도 각각 1.4%, 1.8% 밀렸다.

유가 급등 여파로 항공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델타항공, 알래스카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2.9~4.4%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시장이 중동 리스크보다 AI 투자 사이클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반도체와 AI 인프라 투자 거래는 이제 사실상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며 “시장의 강한 추격 매수 흐름이 이어지면서 각종 뉴스나 이벤트와 다소 분리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기술주 랠리에 대해 경고음을 냈다. 그는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시장이 선을 넘어섰다(The market has jumped the shark)”며 현재 기술주 강세장이 급격한 조정으로 끝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기업 실적은 여전히 증시를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기업 440곳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1분기 S&P500 기업 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8.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초 전망치의 두 배 수준이다.

테리 샌드번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주식전략가는 “현재 증시 랠리의 핵심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이익 성장”이라며 “투자자들은 이제 높은 유가가 소비지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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