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오히려 관련 기업들의 기존 사업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소프트웨어·데이터 분석·전문 서비스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
3대 대표 지수는 모두 하락했지만,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다수는 상승 마감해 시장 내 순환매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마트는 디지털 사업 성장 기대에 힘입어 2.9%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고, 경기 바로미터로 꼽히는 페덱스도 5.4%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JP모건체이스(2.2%)와 씨티그룹(1.3%) 등 주요 은행주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을 기술주 독주 국면에서 벗어난 구조적 자금 이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전략가는 “현재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순환매”라며 “이는 건전한 자금 재배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잠재적 불안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실적 낸 팔란티어 6.8% 급등했지만…AI투자 불확실성은 여전
기술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2.87%)와 메타플랫폼스(-2.08%), 엔비디아(-2.84%) 등 주요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애플(-0.18%)도 소폭 약세를 기록했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6.8% 급등했지만, 기술주 전반의 매도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는 한편, 막대한 자본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아이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ETF(IGV)는 4.6% 급락하며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월가에서는 AI가 특정 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고트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전반적으로 얻어맞고 있다”며 “AI 도입에 따른 2차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루웨일 그로스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 스티븐 유는 “올해는 AI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AI 가치사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스로픽 AI 자동화 도구 충격…정보··법률데이터 기업 주가 ‘흔들’
실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앤스로픽이 새로운 AI 자동화 도구를 공개하면서 기존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급락 배경에는 앤스로픽이 공개한 새로운 AI 자동화 도구가 자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술이 법률,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기존 고부가가치 전문 서비스 영역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앤스로픽은 최근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를 통해 자사 AI 플랫폼 ‘클로드’의 업무용 모드인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에 법률·영업·마케팅·데이터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는 플러그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도구는 계약 검토, 문서 분류, 리서치 요약, 정형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 전문 업무를 AI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AI 모델 기업이 기존 소프트웨어·정보 서비스 기업의 핵심 워크플로를 직접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부각됐다.
월가에서는 법률·데이터 분석 업계에 미칠 실질적 영향이 구체화되면서, 뒤늦게 투자자들의 리스크 재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법률·데이터 분석 워크플로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 직접 탑재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앤스로픽과 같은 AI 모델 개발사는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에 API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러 왔다.
앤스로픽 플러그인의 성능이 재평가되면서 이날 유럽과 미국의 주요 법률·데이터 분석 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AI 도구가 데이터 분석, 계약 검토, 문서 분류 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할 경우, 기존 정보업체들이 제공해 온 법률 데이터·분석·검색 서비스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톰슨 로이터는 이날 주가가 15.7% 급락했다. 톰슨 로이터는 법률 데이터베이스 ‘웨스트로(Westlaw)’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 아치볼드 AGF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시장은 종종 먼저 쏘고 나중에 질문한다”며 “앤스로픽의 플러그인이 바로 톰슨 로이터의 핵심 수익원이 위치한 영역을 겨냥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 노트에서 “최근 만난 투자자들은 톰슨 로이터 법률 부문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이라며 “특화된 AI 도구와의 경쟁 심화가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보 서비스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트너는 20.1% 넘게 폭락했고, S&P 글로벌은 11.3% 이상 하락했다. 인튜이트와 에퀴팩스는 각각 10.9%, 12.1%가량 떨어졌으며, 무디스와 팩트셋도 각각 8.9%, 10.5%가량 하락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법률·정보 서비스 기업인 렐엑스와 볼터스클루어가 각각 14.1%, 13.2% 급락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주가는 12.4% 급락하며 최근 5년 내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LSEG는 앤스로픽과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으며, 금융 데이터·뉴스 서비스 ‘워크스페이스(Workspace)’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비트코인 급락세 이후 일부 회복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시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미 해군이 아라비아해에서 미 항공모함을 향하던 이란 무인기를 격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07달러(1.72%) 오른 배럴당 63.21달러에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는 일부 회복됐다. 최근 급락했던 금과 은 가격은 각각 5% 안팎 반등했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7만3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현재는 7만6000달러선을 회복한 상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