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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러시아 재단이 분석한 러시아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UAE의 대(對)러시아 전자부품 수출액은 지난해 2억 8300만달러(약 3701억원)로 전년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반도체칩 수출액도 2021년 160만달러(약 21억원)에서 2022년 2430만달러(약 317억원)로 15배 이상 폭증했다. 이외에도 UAE는 지난해 158대의 드론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이러한 수출은 대부분이 재수출로 개인 등 민간부문에서 이뤄졌다. UAE의 두바이는 오랜 기간 중동의 재수출 허브 역할을 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러시아 부호들의 재산보호 등을 위한 주요 도피처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만명의 러시아 부호들이 지난해 UAE로 이주해 회사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구매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자본 유입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UAE가 전쟁용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로 재수출하기 위한 허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제임스 오브라이언 미 국무부 제재정책 조정관, 데이비드 오설리번 유럽연합(EU) 제재 특사, 데이비드 리드 영국 제제국 국장은 지난달 UAE를 방문해 재수출 중단을 압박했다. 이들은 “우리의 주된 요청은 UAE가 (러시아에 대한) 재수출을 중단하고, 이러한 재수출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UAE와 재수출 중단 관련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도 같은 이유로 지난달 UAE를 방문했다.
앞서 오설리번 특사는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와 일부 국가 간 무역에서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러시아에) 배송된 일부 상품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타났기 때문에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지난해 말 유럽 기업의 제재 회피를 돕는 개인 등을 제재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도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이 지난주 연설에서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근절하지 않으려는 여러 국가들에 대해선 미국과 그 파트너들이 다양한 경제적 도구를 이용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AE 측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제재 대상을 처리하기 위한 명확하고 강력한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UAE가 러시아, 중국 등 군사·경제 강국과 관계를 심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서방 파트너들과도 안보 등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긴밀했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두 진영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중립적인 지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식통을 인용해 “UAE 외에도 터키,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국가들도 서방의 주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