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보안 기술과 정보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국은 5G 보안을 저해하는 사이버 활동을 막고 미국과 폴란드 국민의 자유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실질적으로 미국이 ‘국가안보 침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화웨이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이날 펜스 부통령은 “(다른 국가들도) 개발 중인 네트워크에 신뢰할만한 통신업체만 접속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 달라”고 언급했다. 화웨이를 염두에 둔 얘기다.
미국은 화웨이가 공산당과의 유착관계를 맺고 백도어(허가받지 않은 사용자에게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미국 국민들의 개인정보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 들을 빼돌린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지난 5월 화웨이와 68곳의 계열사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고 미국 기업들이 이들과 거래를 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후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공급하던 구글과도 거래도 난항을 빚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다만 미국의 강경한 화웨이 봉쇄정책과 달리 영국이나 독일 등을 화웨이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거나 새로운 장치를 도입하면 5G 이동통신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뿐만 아니라 남미권과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펜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폴란드의 5G 보안협력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과 폴란드가 손을 잡으며 화웨이의 고립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자체 OS ‘훙멍’을 개발하고 내수시장과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2분기 유럽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6% 줄어들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세계 5위 밖으로 떨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에 이어 세계 2위다.
화웨이는 최근 폴란드에 5G 진출을 하기 위해 공세를 펼쳐왔다. 실제로 화웨이는 폴란드에 향후 5년간 30억 즈워티(91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하기까지 했다. 폴란드 역시 지난 1월 화웨이의 직원을 스파이혐의로 체포했지만 화웨이 설비에 안보 위협이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폴란드가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미국의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우리는 유럽에서 제국주의 성향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다”며 “다른 국가를 공격해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 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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