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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조성욱 "재벌 불합리·불투명한 행태 개선돼야"

김상윤 기자I 2019.08.21 10:00:00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기자단 서면질의 답변
급변하는 시장 상황서 공정경제 정책 방향성 모호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 "국회서 충실히 논의될 것"
규제개혁 의지는 보여 "경쟁·혁신 제고 제도 개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기업집단에서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행태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처음으로 재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21일 공정위 출입기자단의 서면질의서에 “재벌정책의 구체적인 방향 등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면서 단 한줄의 답변만 제시했다.

조 후보자는 대표적인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공정위원장 후보자에 올라선 것도 이런 그의 이력이 한몫을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취할 재벌개혁은 오리무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한축인 공정경제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모호한 재벌정책…시장에선 불확실성 증대

조 후보자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은 확실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제시했던 것처럼 엄격한 법집행, 기업의 자발적 개선노력 요구, 불가피할 경우 법제도 개선이라는 삼박자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경제보복,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정책 방향은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은 시점이다. 하지만 공정위 수장이 될 그의 정책방향은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2000년대 초반에 쓴 몇몇 논문에서 재벌에 대한 입장을 엿볼 수 있지만, 이미 1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재벌개혁 방식에 대해선 어떤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주체 중 하나인 기업 입장에서 최대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향후 지배구조개편, 경영계획도 모두 ‘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은 늘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업에 예측가능성을 줬다. 김 실장은 2년 전 취임 당일 청와대에서 “4대그룹을 중심으로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고, 취임 다음날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모호한 메시지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당국이 칼을 어떻게 쓸지는 기업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현 후보자의 판단을 알 수 없어 불활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재벌 개혁 외에 방점을 찍을 정책에 대해서도 백화점식 답변을 내놨다. 그는 “공정위는 공정경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재벌개혁, 갑을관계 개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면서 “아울러, 담합, 독과점 남용 등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도 꾸준하게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여러 법집행이 어느 하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해서도 국회에 공을 돌렸다. 조 후보자는 “법무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여러 방안들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발히긴 했지만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하여서는 이미 정부차원의 입장이 정리되어 국회에 제출돼 있고, 국회 차원에서 충실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권’은 담합 사건에 한해 일부 푸는 안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반영돼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입찰담합과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만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합의를 했다. 하지만 자칫 경제사건에 검찰이 개입할 경우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개혁에 집중?…“경쟁 혁신 제고 제도 개선”

그나마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는 엿볼 수 있다. 조 후보자는 “현재 디지털경제의 발전, 플랫폼 기업의 성장 등 새로운 경제흐름에 따라 시장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쟁당국의 역할이 긴요한 상황”이라면서 “혁신의욕을 저해시키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함께 경쟁과 혁신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대 추구 세력(rent-seeker)이 만들어 놓은 진입장벽을 허물고 혁신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규제개혁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정위 관계자는 “2주간 공정위 간부들을 통해 공정위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면서 “다른 사안도 관심이 많지만 규제개혁에 관해서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규제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칫 메시지가 잘못 나갈 경우 시장의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커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선보다 본선인 청문회에서 본인의 소신을 상세하게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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