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만산(滿山)의 홍엽(紅葉)이 아래로 아래로 남진하면서 전국의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등산객들의 마음도 따라서 바빠진다. 등산은 자연을 즐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레저지만 관절 환자는 오히려 건강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관절이 아픈 사람이 등산을 계획 중이라면 단풍 보다 무릎이나 발목 관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코스를 꼼꼼하게 짜고 준비물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배낭은 체중의 10%를 넘지 않도록 가볍게 꾸리고 보호대와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산 코스는 완만한 길을 선택하거나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도 관절을 보호하는 지혜다.
◇완만한 길로 보폭 좁게 해 천천히 하산 해야
등산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부위는 무릎과 발목이다. 연골연화증이나 퇴행성관절염 같은 관절 질환이 있거나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거나 비만인 사람, 폐경으로 뼈와 근력이 약한 중장년 여성은 등산 후 무릎과 발목 통증이 생길 위험이 더 높다.
등산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코스를 짤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 관절 질환이 심한 사람은 등산보다는 둘레길 트레킹이 추천된다. 등산을 할 경우에는 올라갈 때는 다소 가파른 길을 택하더라도 하산 코스는 완만한 길을 선택, 시간을 충분히 두고 보폭을 좁게 해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무릎 관절은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에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산할 때는 체력이 떨어져있는 상태인데 시간에 쫓겨 가파른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 무릎 연골이 손상되기 쉽다. 바위나 계단으로 된 길 보다는 푹신한 흙길이나 우레탄길이 무릎과 발목에 가는 부담이 적다. 케이블카나 리프트 등을 이용해 하산하는 방법도 좋다.
과거에 무릎이나 발목을 다친 경험이 있거나 이미 퇴행성관절염이 진행 중인 환자는 무릎과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탄력 및 신축성이 있는 보호대는 관절을 효과적으로 지지해 안정성을 높이고 외부 충격을 완화해 연골 손상을 예방할 뿐 아니라, 넘어지거나 접질리면서 생길 수 있는 인대 부상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김우 날개병원 김우 원장은 “보호대는 관절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오래 착용하면 오히려 관절 주위 근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며 “보호대는 관절을 많이 쓰는 등산 당일에만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배낭이 무거우면 무릎과 발목에 실리는 부담도 커지므로 배낭 무게는 체중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체중이 70kg 이라면 가방의 무게는 7kg가 넘지 않도록 한다.가방은 등과 허리에 밀착되도록 바짝 메고 가슴과 허리의 보조끈으로 어깨에 실리는 무게를 분산하도록 한다.
◇등산화 끈, 오르막은 느슨하게 내리막은 단단하게 묶어야
등산화는 발목 관절을 보호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굽이 1~2㎝ 정도 되고 밑창이 단단하며 발목을 잡아주는 중등산화라야 울퉁불퉁한 산길의 충격으로부터 발목과 발을 보호할 수 있다. 등산화 끈은 발목 관절을 많이 움직이는 오르막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묶고 체중이 실리는 내리막에서는 단단하게 묶어 관절을 보호한다.
등산용 스틱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스틱은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하중의 30% 정도를 팔로 분산시켜 무릎이 받는 부담을 줄인다. 스틱은 오를 때는 짧게, 하산할 때는 길게 조정한다. 평지에서는 스틱을 잡았을 때 팔꿈치가 90도 정도로 접히는 높이가 적당하다.
등산 전에는 15~20분 정도 전신을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등산 중 틈틈이 쉬면서 무릎과 발목 주변의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산 후에는 정리 운동을 하고 귀가 후에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근육의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김우 원장은 “등산 후 관절 부위가 화끈거리고 부으면 얼음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이 심해진 경우는 따뜻한 수건이나 핫팩으로 찜질하면 통증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