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글로벌 거물들의 실패를 발판 삼아 추진력을 확보했지만 앞으로는 험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의 자동차 업계와 달리 현대차만큼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아지면서 경기침체 속에서 위너(winner)로 부상했다"며 "경제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더 큰 경쟁사들에 비해 추가 수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미국에서 40만대의 차량을 팔았다.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전체 시장 규모가 24%나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괄목할 만한 결과다. 미국 시장 전체 판매 비중도 4.3%를 차지, 1년 사이 1.2%포인트가 상승, 업계 내에서는 가장 큰 점유율 증가폭을 과시했다.
그러나 WSJ는 이같은 판매 호조가 일회성 요인들에 기인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현대차가 가파른 성장 경로를 유지하거나 현재의 점유율을 고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먼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차 같은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렸지만, 이제는 둘 모두 내년에 더 안정될 전망이이며 잃었던 점유율 역시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던 경기후퇴와 미국 정부의 신차보조금 역시 내년에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 실제로 미국의 보조금 혜택이 실시됐던 지난 8월 현대차 판매는 47%나 급증한 바 있다.
WSJ는 현대차가 일본 차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동차의 품질 개선은 물론 가장 오랜 보증기간을 내세우거나 고급 사양을 늘렸고, 미국 내 자체 생산공장 역시 건설하며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여전히 도전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중 하나는 아시아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지는 중고차 가치다. 예를 들어 2010년형 현대차를 3년 뒤에 되팔 경우 중고차 가치는 원래 가격의 43.2%에 불과해, 52.3%의 혼다나 49.5%인 닛산, 49.4%의 도요타에 한참 못미친다.
여기에는 현대차가 자동차 렌탈 회사나 다른 대량구매 소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지난 해 11월 이후 46%나 급증했지만, 30% 가량은 대량 구매 소비자들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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