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기자] 멕시코를 중심으로 `돼지독감` 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행·항공업종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독감이 실제 이들 업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당분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돼지독감은 지난 2003년에 있었던 사스(SARS)에 비견되고 있다.
2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스는 지난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병해 2003년 8월까지 전 세계 30개국 8422명이 감염되면서 916명이 사망(치사율 10.9%)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간 교류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당시 전 세계 여행 관련 산업은 약 35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역시 여행·항공업 실적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내국인 출국자수가 2003년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 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내국인 출국자수는 지난 2000년 이후 줄곧 플러스 성장을 지속해오다 2003년 708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0.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주병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 시기는 외환 위기 이후 여행업종이 겪었던 첫 침체기였다"면서 "당시 지역간 교류가 끊어지면서 이동 자체가 많지 않았던 데다, 국내적 이슈로 카드 대란이 겹치면서 여행업에 악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돼지독감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실체가 없는 상황인데다, 멕시코쪽이 원래 여행 수요가 크지 않은 지역이었다"면서 "한국인들의 주요 여행지까지 독감이 확산되지 않는 한 여행사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내국인 출국자수 전년대비 성장률은 세계적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 5월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IMF 환란 당시인 97년 10월부터 98년 11월까지 14개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최장기 역성장이다.
심원섭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맥시코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즐겨찾는 지역이 아니라 실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2003년 사스 때 6개월 동안 여행주 주가가 좋지 않았던 것처럼 센티멘털(투자심리)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독감과 별개로) 지난해 출국자수가 전년에 비해 10.0% 감소했는데 올핸 더 클 수도 있다"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기대감이 일부 있지만, 실질 소득이 받쳐주지 않는 한 여행주들은 2~3개월 간 더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돼지독감 발병으로 인한 수요 위축 우려로 주식 시장의 여행·항공 종목들의 주가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1시42분 현재 하나투어(039130)와 모두투어(080160), 롯데관광개발(032350) 등 여행 종목들은 6~7% 급락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항공주도 각각 6.5%, 4.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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