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도입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의 책임성을 모두 살리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2015년 2512억원에서 2023년 8915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575억원을 기록했다. 기본요금 인상에 따라 시 지원액은 줄었지만 시민의 부담은 커졌다. 이용객 감소와 운송원가 상승,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인건비 증가까지 겹치면 시내버스 적자 보전액이 연간 약 1조원에 이르는 지하철 재정 부담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준공영제를 수술대에 올려 비용 분담과 노선 조정 권한, 민간자본의 수익 관리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
적자 보전 방식 바꾸고 업체의 비용 책임 높여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지난 20여 년간 누적된 사후정산제의 폐단을 줄이고 재정지원 방식을 재설계다.
서울시는 준공영제 도입 이후 운송수지 적자분을 사후에 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 변동이나 임금 인상 등 모든 경영 위협요소를 서울시가 떠안고 민간 회사는 이를 방치하는 도덕적 해이를 낳았다.
무제한 손실보전 방식을 지양하고 통상임금과 경영 부실 비용 등은 사전 설정한 총액 상한 내에서만 지원토록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은 주주 배당금 감축과 경영 자구책을 통해 버스회사가 자체 부담토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참고할 만한 방식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광역버스 준공영제의 ‘인건비 협약단가제’다. 실제 발생한 인건비를 사후 정산하는 대신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지원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도 사전확정형 지원 방식을 여건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버스업체의 자구 노력과 원가 절감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을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원 방식을 바꾸려면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금의 결정 구조도 바꿔야 한다. 임금 교섭을 노사에만 맡겨두기보다 서울시와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를 마련해 임금 결정이 서울시 재정과 버스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비용 통제가 지나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안정적인 교통서비스 제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적정 수준의 비용 통제와 다자간 협의체 구축은 서비스 수준을 지키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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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본의 수익을 관리하면서 경영 전문성은 활용할 방안도 필요하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버스업체의 배당과 자산 처분은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 걸맞게 감독해야 한다.
공공재정이 뒷받침하는 사업에서 투자자의 단기 수익만 앞세우도록 둘 수는 없다. 노선 운영권 회수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하고 공모펀드의 투자 위험과 지원 방안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적자 노선에는 소형버스 등 수요에 맞는 운행 수단을 연계해야 한다.
다만 민간이 축적한 경영 기법과 자산 운용 역량까지 배척할 필요는 없다. 전문 경영인을 활용하되 특정 개인이나 사모펀드에 이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시민과 공공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공모펀드형’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운영에서 발생한 이익을 시민과 공공이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지속적으로 부실·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업체의 노선 운영권은 법적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회수하고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운영하기 어려운 교통 소외 노선은 공공이 직접 맡는 ‘부분 공영제’도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기존 업체의 면허와 재산권 문제, 수익성이 일정하지 않은 버스 사업에서 공모펀드의 상품성이 있는지, 지자체가 적자 노선만 맡아 재정 부담이 커지지 않을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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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체계 효율화와 한정면허 도입, 단계적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통해 시민의 안정적인 이동권을 확보하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도시철도와 중복되거나 지나치게 긴 노선은 이용 수요와 대체 교통수단을 따져 운행 방식을 조정하고, 확보한 차량과 운행 여력을 교통 소외지역과 출퇴근 혼잡 구간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도봉산에서 강남권까지 길게 운행하는 140번 버스나 지하철 9호선과 일부 구간이 겹치는 361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간 역할 분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마을버스의 노선 유연성과 운행 효율성을 저해하는 ‘마을버스 중복정류장 제한 규정’ 등을 개선해 대중교통 간 연결성과 환승 편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버스 파업 때 도시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최소 운행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법적 요건이 걸려 있어 모든 노선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이동 수단인 교통 소외지역부터 최소 운행률을 확보해 나가는 ‘핀셋형 단계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심야시간대나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자율주행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은 운전자 고령화와 인력 수급에 대비할 장기 과제다.
어느 하나 쉬운 해법은 없다. 정책은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20여 년 전 준공영제가 당시의 문제에 대응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시대의 요구에 맞춰 제도를 고쳐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탱되는 대중교통이 특정 민간자본과 이익단체의 안락한 수익처가 돼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정치권, 버스업계와 노동계가 반론 속에서도 타협점을 찾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고통 분담의 대수술에 나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