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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보다 이야기, 이름값보다 가능성…넷플릭스가 바꾼 K콘텐츠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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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10.24 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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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0년]
한국 진출 10년, 신인 창작자 등용문으로
최근 3년 韓 작품 3편 중 1편은 신인 데뷔작
글로벌 유통망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기회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겁 없는 신인 작가의 시나리오에 제대로 보답해준 배우들과 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으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은 김민석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시청자 댓글이다. 소년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당초 세상에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김 작가는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넷플릭스는 표현의 한계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마음껏 해보라고 열어줬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의 배우 김무열, 김혜수,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 이정은, 이성민.(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의 배우 김무열, 김혜수,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 이정은, 이성민.(사진=넷플릭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올해로 서비스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달라진 것은 시청 방식만이 아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다. 스타 배우의 출연 여부와 대중적인 소재, 방송 편성 가능성이 작품의 운명을 좌우하던 제작 환경에서 이야기의 독창성과 창작자의 잠재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미국 텔레비전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 헌액 당시 “넷플릭스는 시청자에게 주도권을 주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며 “이는 TV를 보는 방식뿐 아니라 만드는 방식까지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에 머물지 않고 제작 현장으로 확장됐다.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신인 창작자의 비중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개된 한국 시리즈와 영화 3편 중 1편은 신인 감독 또는 작가의 데뷔작이다.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신혜선과 박보경에게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안긴 ‘레이디 두아’는 신인 추송연 작가가 집필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꿀알바’의 김다민 감독 역시 시리즈 연출은 처음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유통망과 구독 기반 사업모델이 있다. 한국어 사용자는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지만,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영어 콘텐츠 다음으로 많이 시청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청자의 취향과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세계 각지에서 작품을 소비할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는 방송 편성과 달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다양한 취향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급할 수 있다. 특정 작품의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장르에만 집중하기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포트폴리오로 구축할 여지가 커졌다. 신인 창작자와 실험적인 소재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 배경이다.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변화는 배우 캐스팅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스타 배우의 이름값이 투자와 편성을 이끄는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캐릭터와 작품에 어울리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참교육’은 회차마다 중심인물이 바뀌는 구성을 활용해 박지연, 유태주, 장요훈 등 신예들을 선보였고, ‘스캔들리뷰’ 역시 신윤하, 채서린, 김지안 등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신예 박윤서 감독의 ‘기리고’는 이러한 변화가 집약된 사례다. ‘킹덤’ 시즌2 조연출을 거쳐 첫 시리즈 연출에 나선 박 감독은 주연 배우들까지 신인 위주로 구성했다. 작품은 글로벌 쇼 부문 톱10에 5주간 이름을 올렸고, 전소영은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박윤서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박윤서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박 감독은 “배우를 전부 신인으로 기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유명세보다 배우가 역할에 적합하고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답을 들었다”며 “익숙한 이름보다 작품 전체의 신선함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에 남긴 변화는 단순히 해외 진출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와 창작자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80여 개 제작사와 협업해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제작하거나 공동제작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를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스타와 대규모 제작비에 의존하는 기존 공식을 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와 창작자를 꾸준히 발굴하는 것이 K콘텐츠의 다음 10년을 이끌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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