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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간 애인은 걸러라"…'서핑 성지'→'유흥 성지' 되더니 결국

이로원 기자I 2024.08.21 10:21:13

동해안 6개 시군 중 양양만 피서객 급감
주민 "서핑 목적에서 클럽·즉석만남 목적으로 변질"
SNS서도 ''부정적 인식'' 한 몫…"양양에 여친 보낸 후기"
전문가 "지자체 차원서 심각한 고민 필요한 시점"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75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동해안 6개 시군 중 양양이 유일하게 피서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양은 그간 ‘서핑 성지’이자 ‘한국의 이비자’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어왔다.

사진=유튜브 캡처
21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강원도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613만19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동해안 대표 해안 관광도시 강릉은 올여름 피서객 253만9132명이 찾아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196만5693명)보다 29% 늘어난 것이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엔 203만9348명이 찾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

양양은 69만1160명이 다녀갔다. 동해안 6개 시군 중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10% 남짓 줄었다. 인구 2만7000명인 양양은 강원의 대표적 해변 도시인 강릉·속초는 물론이고 동해·삼척보다도 한적하고 깨끗하다는 이미지로 2010년대 초부터 서핑족의 관심을 끌었다. 낙산사 등과 연계된 관광 코스도 주목을 받았다.

최근 청년층이 많이 찾아 ‘서울특별시 양양구 인구동’ 소리까지 들었던 양양이지만 최근 죽도해변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양양군이 ‘유흥 성지’라는 인식이 확산하자 자연스레 인구해변 등 양양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증가해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서핑 성지’ 명성을 얻어 다른 해안권 지자체로부터 ‘선진지 대접’을 받던 양양의 위기는 지역 주민들이 전하고 있다. 양양 현남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양양이 서핑으로 유명해진 것은 불과 10년 안팎인데, 처음엔 순수 서퍼들이 소규모 해변에 자발적으로 모여 즐기던 형태였다”며 “이후 서핑이 목적이라기보단 클럽이나 즉석만남을 즐기는 곳으로 변질되면서 순수성을 잃었다”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양양은 코로나19 시기 서핑을 즐기려는 젊은층이 대거 모여들었고, 즉석 만남 등 유흥 문화와 결합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양양에 놀러 가면 안 되는 이유’, ‘양양에 이성 친구 보낸 후기’, ‘양양 다녀오면 걸러라’ 등의 글이 인기를 얻는 등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양양이 진정한 ‘서핑 성지’로 거듭나기 위해선 유행에 민감한 특정 세대에 흥행 여부를 맡기기보단 ‘서핑 대중화’를 통한 관광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윤호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국 해변 어디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요즘 양양에 순수하게 서핑하러 가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양양이 진정한 ‘서핑 성지’라면 진짜 ‘서핑’을 매개로 한 아이템이 있어야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지금처럼 서핑업체 중심의 비치보다 아카데미 등 시스템 다양화를 통해 서핑 문화를 일반 대중에게 이식함으로써 이들이 ‘서핑’하러 양양을 다시 찾게 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사실 양양엔 가족 단위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해변이 20여곳이나 있는데, 특정 해변의 부정적 모습만 비쳐 아쉽다”며 “인구해변의 피서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해변을 찾는 세대가 직전보다 다양해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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