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금 보내면 가전제품 10% 할인"…'보복소비' 틈타 오픈마켓 사기 기승

[이데일리 박기주 조민정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유명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니까 그냥 믿었죠. 10% 싸게 사려다가 100만원 사기당했어요.”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보복소비’ 분위기를 틈타 ‘고가 전자제품 할인’을 미끼로 한 사기 행각이 급증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해당 사이트 폐쇄 등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운영되는 곳도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오픈마켓 현금사기 사이트…경찰, 신고 접수 후 내사 착수

서울 중부경찰서는 유명 가전업체 생활가전 할인 판매를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이트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이 업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피해자 정모(44)씨는 지난 15일 세탁기를 장만하기 위해 네이버 최저가 검색을 하던 중 대형 오픈마켓인 11번가에서 C사이트를 확인했다. 다른 쇼핑몰에 비해 다소 싼 가격에 상품 문의를 한 정씨에게 해당 쇼핑몰 관계자는 ‘저희 사이트에서 직접 현금결제하면 10% 더 싸게 해주겠다’, ‘백화점 상품권도 5만원 지급한다’ 등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씨는 현금 약 105만원을 송금한 뒤 제품을 받지 못했다.

정씨는 “11번가에 입점한 업체여서 당연히 사기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말에 결제하고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비슷한 피해자가 많았다”며 “10% 더 싸게 사려다가 사기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데일리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사이트에 등록된 전화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사업자등록번호는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 역시 홈페이지에 ‘전화가 꺼져 있네요. 배송관련 연락 좀 주세요’, ‘판매자 연락 되나요?’ 등 글을 남기고 있지만 업체 측은 답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유형의 사기를 당했을 경우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한 업체에 대한 다수 피해자가 발견되면 사건을 병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기 의심 사이트. 다른 쇼핑몰에 비해 가격이 싸고, 사업자등록번호는 허위로 작성돼 있다. (사진= 쇼핑몰 갈무리)

◇올해 피해금액 벌써 수천만원…“계좌이체는 무조건 피해야”

이러한 사기 수법은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하던 유형의 범죄로, 올 들어 서울시에 접수된 피해액만 수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의 범행은 보통 유명 가전업체 생활가전을 구매하는 고객을 노린다.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오픈마켓에 입점해 고가의 가전제품을 최저가로 올리고, 재고확인·현금할인 등을 이유로 개인적인 연락을 유도한 후 현금결제를 하도록 한다. 이후 돈을 받아챙긴 뒤 잠적하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다.

해당 쇼핑몰에 표시된 사업자등록번호와 주소지 등은 상당수 다른 사업자의 정보를 도용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것이고,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범죄는 에어컨 등 가전제품 수요가 많은 지난해 8월 크게 유행하다 잠잠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보복소비’로 대변되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센터에 접수된 오픈마켓 관련 사기는 37건, 피해액 5200여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엔 12건(500여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0건(920만원)을 기록하며 급증세를 보이더니, 5월에도 이미 7건(410만원)이 접수됐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판매자와 직접 연락하는 상황을 피하고 계좌이체 방식의 결제는 피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오픈마켓 현금사기 담당자는 “카드결제는 나중에 피해구제가 가능하지만 현금은 불가능하다”며 “카드결제의 경우 결제대행사를 통해야 하는데 사기 쇼핑몰은 이곳에 등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고, (사기 사이트가)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