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주렁주렁 名山이 열렸네

조선일보 기자I 2009.04.02 14:11:00

수도권 전철 등산

[조선일보 제공]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내려오다가 막걸리라도 한잔했다면 산행에 자동차는 거추장스럽다. 최근 중앙선(용산→국수역), 경원선(청량리→소요산역), 장항선(용산→온양온천역) 등 연장 개통되는 전철이 속속 늘면서, '전철산행시대'가 더 활짝 열리고 있다. '월간 산'이 서울 부근에서 전철로 찾기 쉬운 명산(名山)을 추천했다.

▲ (좌)다산 정약용이 어린 시절 웅대한 뜻을 키웠다는 예봉산.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우)바위 많아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관악산도 지하철 4호선 과천역서 시작하는‘과천역 원점회귀 산행’코스를 이용하면 가뿐하다.곳곳의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조선영상미디어


운길산_ 중앙선 운길산역
구름이 산에 걸려 멈췄다


지난해 말 개통한 중앙선 덕분에 조선 세조에 얽힌 창건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수종사와 550년 넘게 자란 은행나무 거목으로 이름난 운길산(해발 610m·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을 교통체증 걱정 없이 찾을 수 있게 됐다.

수종사 경내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물안개는 '구름이 산에 걸려 멈췄다'는 산 이름을 근사하게 '재현'한다. 운길산역 개통 이후 특히 사랑받는 등산로는 수종사 진입로 서쪽 능선 길로 증리마을 생태농장 '초록향기'에서 시작된다.

초록향기~능선길~정상~절상봉~수종사~절길~초록향기로 돌아오는 약 6㎞짜리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린다. 운길산~예봉산 능선 종주는 6시간 정도로 시간은 꽤 길지만 능선이 부드러워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다.


불곡산_ 1호선 양주역
날카로운 능선, 임꺽정의 기운 느껴져


불곡산(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은 조선시대 대표 의적(義賊) 임꺽정이 태어나 활동하던 청석골을 품고 있다. 꽤 날카로운 암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걷다 보면, 주변을 살피고 달아나기 쉬워 의적의 활동 무대로 제격이란 걸 깨닫게 된다.

불곡산 주능선에선 양주 의정부 동두천 등 주변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쪽으로 펼쳐진 도봉산과 북한산의 산줄기도 수려하다. 전철을 타고 가면 양주시청~남동릉~정상 코스가 가장 편리하다. 양주역에서 양주시청 방향으로 1㎞ 정도 걷다가 시청에서 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약 200m 거리인 현충탑·시의회 건물 왼쪽 계단을 통해 산으로 들어간다. 정상까지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유양동 양주별산대놀이 공연장(031-840-9986)~회양목 자생지~북동릉~백화암 갈림길~정상~백화암 갈림길~백화암~임꺽정생가보존비~양주별산대놀이 공연장 코스(약 3시간)도 무난하다.


예봉산_ 중앙선 팔당역
산 아래 내려다보니 가슴이 벅차

예봉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검단산과 함께 백제의 강역을 수비하던 산으로 다산 정약용이 어린 시절 오르내리며 웅대한 뜻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산 아래로 한강과 서울시, 남양주시, 하남시가 내려다보이는 장쾌한 조망을 자랑한다.

팔당역에서 내려 산행을 즐기려면 팔당2리 마을회관에서 남서릉을 타고 정상에 오른 다음 남동릉상의 벚나무 쉼터 혹은 율리고개에서 계곡을 거쳐 다시 팔당2리 마을회관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적합하다. 율리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에서 바라다보이는 한강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

정상 부근 간이매점서는 감로주와 순두부를 팔고 마을회관 주변에 닭이나 두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청계산_ 중앙선 국수역
흙 산 거닐며 가족과 얘기 나누자

'청계산'이라면 많은 이들이 서울 서초구·경기도 과천시·성남시 경계에 있는 청계산을 생각한다. 중앙선 국수역 개통으로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또 다른 청계산의 명성도 높아질 듯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한강기맥 끝자락을 장식하는 이 산은 나지막한 데다 부드러운 흙 산이라 온 가족이 함께 찾아 즐겨도 무리함이 없다. 전철을 이용하려면 국수역~정자동~형제봉~남릉~정상(해발 656m)에 이르는 코스(편도 5.5㎞·약 3시간)가 가장 편하다.

중앙선 양수역에서 출발해 용담약수~하개산~부용산~형제봉~정상에 닿는 길은 청계산에서 가장 긴 약 9㎞짜리 등산로로 편도 5시간 정도 걸리고 경사도 급해 등산에 자신 있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관악산_ 4호선 과천역
까다로운 관악산 만나려면 4호선 타라



1호선 관악·석수역, 2호선 낙성대·사당역, 4호선 과천·정부과천청사역…관악산은 전철로 찾아가기 가장 쉬운 산 중 하나다.

바위가 많아 까다롭고 어렵다고 여겨지는 관악산에 도전하고 싶은 초심자라면 4호선 과천역 7번 출입구에서 시작되는 '과천역 원점회귀 산행'(약 4시간)이 적합하다. 전철역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 사이 지하도를 지나 500m 정도 간 후 과천교회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향교와 과천유원지가 등산 시작점이다.

향교~연주암(해발 550m)~관악산 정상~'559m봉'~과천 방면 능선~'2봉'~'1봉'~향교~과천교회로 이어지는 코스 곳곳에선 계곡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확 트인 조망에 눈이 시원해진다. 
 
▲ 양주ㆍ의정부ㆍ동두천 등 주변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불곡산. 조선시대 대표 의적 임꺽정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 조선영상미디어


▶ 관련기사 ◀
☞걸어보자, 분홍빛 구름 속으로
☞넉넉한 육산, 늙은 소나무 ‘흘끔흘끔’
☞한발 느린, 그래서 닳지 않은 ‘울진의 숨은 매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