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변 음식점들을 둘러보자. 백반집에는 일반적으로 된장찌개와 호응을 이루어 김치찌개 메뉴가 있다. 고기음식점에서도 점심특선으로 꽁치나 참치, 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메뉴를 내고 있다.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 가는 김치찌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군더더기 없는 국물 속에 통째 담긴 김치와 목살
- <성진식당>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동 763-2 (031) 911-0250
바로 앞 밥집은 테이블이 6개 밖에 없는데 줄서서 먹는 것을 보고 ‘어차피 있는 김치와 있는 고기로 김치찌개를 팔자’로 찌개 메뉴를 시작했다. 10월에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 12월에는 직접 농사지은 것,
2·3월에는 해남·진도 배추로 담근다. 한번 담글 때 1통에 400포기가 들어가는 것을 약 50통 정도, 약 1만~2만포기 정도를 담근다. 배추가격과판매량에 따라 담그는 양에 차이가 있지만 1년에 서너차례 김장을 한다. 올해는 배추값이 폭등해 평소의 반인 3만포기정도 담갔다.
찌개용 김치는 창고형 냉장고에서 2℃로 최소 1년을 숙성한다. 일정한 낮은 온도에서 숙성된 김치는 아삭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찌개용 김치를 반찬으로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내고 있다. 4년 전 식당 앞에 길이 나면서 농사를 짓던 곳에 집을 짓고 성지농원을 만들었다.
성지농원은 6611.60m2(2000평)에 집과 김치작업실, 냉장창고, 9개의 하우스동이 있다. 농약대신 발효한 막걸리를 이용해 배추부터 고추,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무공해로 직접 재배해 김장도 하고 반찬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이곳 인기비결이다.
이 대표는 점심때 파는 김치는 아침에, 저녁에 파는 것은 오후에 따로 가지러 간다. 미리 가져다 놓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녀의 고집이 ‘통김치찌개’를 만들어 냈다.
다른데서 먹으면 찌개를 고기나 김치 남은 것으로 끓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었기 때문에 다 통째로 넣고 끓여냈다. 돼지고기는 목살과 목항정살이 이어진 부위를 넣는데 메뉴이름처럼 통째로 들어간다.
김치찌개 中(2만원)에 들어가는 양만 450g이 넘는다. 大(2만5000원)에는 김치는 물론 들어가는 돼지고기 양도 900g이 넘는다. 한약재를 먹여 키운 돼지는 성진식당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돼지사육장에서 한약재를 먹여 키운 것으로 이 대표가 오랫동안 거래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위생시설 등을 확인하고 선택한 것이라 신뢰할 수 있다.
이곳 김치찌개는 국물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김치를 담글 때부터 양파와 무를 갈아서 넣어 시원한 김치의 맛은 그대로 있지만 국물이 맑다.
김치와 돼지고기는 따로 한번 삶아서 낸다. 돼지고기의 경우는 워낙 커서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찌개에 기름이 많이 뜨기 때문에 초벌로 삶으면서 기름을 걷어낸다.
이곳 찌개 맛의 가장 큰 비법은 김치를 담그면서 만들어 김치와 함께 냉장고에서 1년을 숙성하는 발효국물에 있다. 이것만은 절대 말해줄 수 없는 비밀이라며 김치통 가득히 담겨있는 거무스레한 국물에 손가락 한번 닿을 수 있는 것만 허락했다. 살짝 쏘는 맛이 나는 육수 덕에 고객들이 육수를 추가 주문해도 푸짐히 낼 수 있다고.
◇ 역발상의 힘, 상추쌈에 싸먹는 김치찌개
- <한밭식당>
인천시 동구 화수2동 35-20 (032) 764-3342~3
삽겹살을 팔던 고기음식점으로 정춘헌 대표가 22년 전에 시작한 이곳은 이제 ‘쌈을 싸먹는 김치찌개’로 더 유명하다. 당시에는 맛보다는 양을 중요시하던 배고픈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삼겹살을 넣고 끓였는데 고기양이 많아서 고기찌개라는 별명도 붙었을 정도다.
고기를 먹는 상에 김치찌개를 추가로 내다보니 자연스레 찌개 속 푸짐한 고기를 파절이와 같이 상추쌈에 싸먹게 되었다.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두껍게 썰어 넣어 쌈을 싸먹기도 좋다. 김치찌개가 인기가 있어 반찬수를 늘이고 고기반찬이었던 파절이와 쌈장, 마늘, 상추를 빼고 냈다.
여름철에 상추가격이 너무 올라 5000원 객단가로 맞추기 어려웠던 까닭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렇게 먹어온 고객들은 추가로 상추와 파절이를 요구했다. 그걸 본 다른 고객들도 ‘나는 왜 안 주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이미 쌈을 싸먹는 김치찌개로 소문이 나서 반찬을 두 번씩 차리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결국 다시 원래대로 통일 했다. 파를 직접 써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가늘게 기계로 내려 써는 것이 아니라 파김치처럼 두껍게 썰어 아침에 절여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중순에서야 파 써는 기계를 주문제작해 일손을 덜게 되었다.
도시가스를 설치해 테이블에서도 센 불로 10분 안에 끓여 먹을 수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테이블 위 가스레인지 위에 고객들이 들이닥칠 시간에 맞춰 미리 세팅을 하고 끓여둔다.
겨울 김장때 300~400포기를 담그고 여름에는 1주일에 1번씩 30~40포기를 담근다. 김치는 젓갈을 많이 넣기보단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담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