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화룡생태농업단지 내 보성촌. 지난달 말 기자가 방문한 이곳 논에는 지평선까지 펼쳐진 넓은 평야에 벼가 노랗게 익어 있었다.
만주 벌판에서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촌지도자 허인범(57)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평강쌀 자랑을 늘어놨다.
허씨는 "6년 전부터 농약을 쓰는 대신 논에 오리를 풀어 잡초와 벌레를 잡도록 하는 방식으로 유기농 벼를 재배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나는 쌀은 국제 유기농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보성촌 논에서 생산되는 쌀은 연간 1만3000톤. 이 가운데 5000~8000톤을 국가에 팔고 나머지는 이 동네 200여 가구가 나눠 먹는다. 아직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허씨는 "함경도에서 북간도로 넘어온 할아버지 세대가 황무지를 기름진 논으로 바꿨다면 유기농 쌀을 팔아 보성촌을 부농으로 바꾸는 게 내 소망"이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옌볜을 비롯한 중국 동북삼성 지역에서는 유기농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일교차가 심해 농작물 재배에 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만주 지역에서 쌀과 더불어 유명한 작물은 콩이다. 만주 콩은 적합한 기후로 인해 품질이 양호해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풀무원(017810)이 길림성 돈화시 대산농장에서 유기농콩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옌지시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산농장. 최근 기자가 방문한 이 농장에서는 낫을 든 인부들이 추수를 하고 있었다. 여의도의 8배가 넘는 이 농장에서 1년에 생산되는 유기농콩은 5000톤. 우리나라 총 생산량의 10배가 넘는다.
대산농장은 강과 호수가 가까이 있고 주변에 도로, 민가, 공장 등이 없어 유기농 산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가축의 배설물을 퇴적발효시킨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해 콩을 기른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농장 부경리 석가발(38)씨는 "이곳은 땅이 기름져 특별히 농약을 쓰지 않아도 좋은 콩이 자란다"며 "우리 농장에서 재배된 유기농 콩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본, 한국, 유럽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농산물은 값이 싼 대신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국 4000개 현 가운데 1000개 현을 생태환경농업지로 정해 유기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연변과학기술대 농학원 오명근 교수는 "농업의 발전상으로만 보면 한국은 중국보다 현대화 되어 있지만 이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생태농업의 오랜 역사가 있어 유기농업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수익성이 높은 유기농산물 재배에 적극적이다. 중국 유기식품 시장은 지난해 25억위안(3250억원), 올해 30억위안(39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을 사먹는 중국인은 드물다. 오히려 외국에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 먹고 있다.
중국산 유기농산물의 타겟은 해외 시장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중국산 유기농산물의 주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저질 농산물에 이어 고급 유기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