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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시술이 '질병치료' 둔갑, 진료도 없이 '장해' 판정…줄줄 새는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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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07.24 05: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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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과잉진료' 민낯]②
로봇수술 실손보험금 작년 72% 급증
車보험금 '과장 청구'도 583% 껑충
고가 비급여, 보험사 손해율 끌어올려
차보험 손해율 85%, 실손 100% 훌쩍
비급여 가격·이용 통제 장치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국배 김형일 기자] “비만 관리 프로그램인데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합니다.”

부산의 한 의료기관 상담실. 직장인 이모(46)씨 앞에는 지방분해 주사와 피부 탄력 시술 안내서가 놓여 있었다. 상담 직원은 식단 관리 프로그램과 다음 시술 날짜를 적어주며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면 부담이 많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받은 시술은 미용 목적의 비만·체형 관리로, 원칙적으로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닌 항목이었다. 시술은 1시간 남짓 진행됐다.

며칠 뒤 병원에서 받은 진료확인서를 펼쳐본 이씨는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자신이 받은 비만·미용 시술 대신 ‘무좀 치료’ 등 질병 치료를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보험사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고, 이씨는 해당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사실상 가계 필수 보험으로 인식되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과잉 진료, 보험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관 등에서 비급여 과잉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비급여 의료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에 과다한 의료 이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씨의 사례처럼 허위 진료서류로 실손보험금을 타낸 경우 의료인은 물론 환자 본인도 보험사기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실손보험 사업실적’을 보면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관련 보험금은 전년 대비 6.3% 늘어난 2조6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암과 뇌혈관, 심장 등 3대 질환 관련 보험금(2조55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보험금 증가세도 가팔랐다. 로봇수술 보험금은 전년 대비 72.4%, 전립선 결찰술은 64.6%, 하이푸 시술은 46%씩 늘었다.

보험업계는 이런 고가 비급여 확대 역시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101.0%를 기록했다. 전년(99.3%)보다 상승한 수치다. 경과손해율은 보험금 지급액을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지표로, 100%를 넘으면 보험료보다 지급액이 많다는 의미다. 세대별로는 3세대 120.3%, 4세대 115.1%, 1세대 102.3%, 2세대 93.1% 순이었다.

허위 장해율에 한방 과잉 진료까지…車보험 흔드는 사기

자동차보험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과잉 진료보다 더 노골적이다.

지난해 가을 충남 논산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박모씨는 앞서가던 덤프트럭 후미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그는 대전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경추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 뒤 박씨는 서울 송파구의 정형외과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경추부 영구 장해율 32%’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보험사에는 장해보험금 청구서가 접수됐고, 박씨에게는 17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사로 제보가 들어왔다. 조사 결과 해당 정형외과에서는 실제 진료행위 없이 장해 진단서가 발급된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박씨는 보험금을 반환했다.

◇손해율 악화, 결국 가입자 몫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이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과장 청구한 사례는 전년 대비 582.5% 급증했다. 병원 주도의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특히 한방 진료비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가운데 한방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높아지고있다. 이날 발표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올해 1∼6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단순 평균)은 84.5%로 작년 동기 대비 1.9%포인트(p) 올랐다. 6월 손해율도 83.6%로, 같은 폭(1.9%p) 상승했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될수록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워낙 많아 보험금 누수가 커지면 전체 가입자의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비급여 보장을 대폭 줄인 5세대 실손도 내놨다. 그러나 기존 1·2세대 가입자가 여전히 전체 계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로봇수술·하이푸 같은 신의료 기술과 고가 비급여가 계속 등장하면서 상품 구조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로봇수술이나 하이푸처럼 새로운 비급여 항목은 계속 등장하는데, 특정 항목만 그때그때 떼어내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비급여 가격과 이용 구조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고가·반복 비급여가 늘어날 때마다 결국 보험료 인상 압력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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