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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창원의 한 네일숍. 손톱 관리를 받던 A씨는 단골 손님 B씨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하려는데 청약 통장에 미리 입금을 시켜 놓아야 한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떨어지면 바로 돌려주고, 당첨되면 프리미엄을 받아서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네일숍을 오가며 친분을 쌓아온 터였다. B씨는 3월 18일 A씨의 남편 명의 국민은행 계좌로 300만원, 어머니 명의 농협 계좌로 300만원을 송금했다. 총 600만원이었다.
한 달 만에 찾아온 두 번째 부탁
그런데 한 달 뒤인 2021년 4월, A씨는 또다시 B씨를 찾았다. 이번에는 더 큰 금액이었다.
“진영읍에 주택 공사를 하고 있는데 건축업자가 2000만원을 근저당을 설정해 놓아서 그 집을 팔 수가 없어요. 2000만원만 빌려주시면 근저당을 풀고 집을 팔아서 돈을 갚아 드릴게요.”
B씨는 이번에도 A씨를 믿었다. 4월 26일, 2000만원이 A씨 명의 농협 계좌로 입금됐다. 하지만 약속한 날이 지나도 청약 당첨 소식도, 주택 매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빌려준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3년 뒤, 같은 네일숍에서 반복된 수법
2024년 1월, 같은 네일숍의 또 다른 손님 C씨가 A씨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코인투자를 해서 수익이 나고 있어요. 100% 수익이 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는데, ‘1억방’이라는 게 있거든요. 자본이 1억원 이상인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데 제가 돈이 부족해서요. 빌려주시면 1억방에 들어가서 정보를 얻어서 수익을 내겠습니다.”
투자 수익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에 C씨는 1월 17일 카카오뱅크 계좌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A씨는 이후 4차례 더 돈을 요구했고, C씨는 총 5회에 걸쳐 3800만원을 A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예상했던 투자 수익도, 빌려준 원금도 돌아오지 않았다. C씨는 그제야 사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주식·코인 수익 한 번도 없었다”
수사 결과, A씨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A씨는 주식이나 코인으로 수익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도 없어 애초에 돈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A씨가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네일숍 손님들을 상대로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재판부 “피해 회복 안 돼…배상 명령”
창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우상범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우 부장판사는 “피해액이 다액이다. 현재까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1회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동종 전과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우 부장판사는 또한 A씨가 B씨에게 2600만원, C씨에게는 38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가집행이 가능한 만큼 피해자들은 민사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을 통해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