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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주소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공시송달…대법 "재판 다시"

박정수 기자I 2023.07.04 12:00:00

사기 등 혐의로 A씨 징역 8월 선고…1심 공시송달로 진행
A씨 수감되면서 1심 판결 인식…상소권회복 청구에 항소 제기
피고인 주소 알 수 없다고 단정해 2심도 공시송달로 판결
대법, 파기·환송…"실제 소재지 파악 등 조치 취했어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법원이 피고인의 주소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실제 소재지 파악 노력 없이 공시송달로 선고한 판결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3월 10일 자주 이용하던 담배소매점에서 B씨에게 “돈을 빌려주면 3일 이내에 15%를 계산해서 지급하겠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차를 잡아서 수익을 낼 수 있다”라고 속여 3월 11일 700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또 2020년 3월 13~16일 B씨에게 “금괴를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돈을 빌려 달라. 이번 주에 꼭 갚겠다”며 가짜 금괴 사진을 보여주며 총 3600만원을 추가로 송금받아 편취했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도박 환전자금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수익을 낼만한 일이 없어, B씨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동종 전과를 비롯해 다수의 전과가 있으며, 범행 후 태도가 불량하다며 징역 8개월과 3000만원 배상 명령을 내렸다. 다만 1심은 공소장 부본을 비롯한 모든 소송서류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A씨에게 송달했고, A씨는 형집행을 위해 수감되면서 1심 판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2021년 12월 2일 상소권회복을 청구함과 동시에 항소를 제기했고, 1심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상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후 2심 법원은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로 공소장 부본 및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발송했으나 2022년 2월 17일 송달불능 됐고, 해당 주소로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발송했으나 2022년 7월 31일 송달불능 됐다. 검사도 2022년 7월 28일 A씨의 주소를 보정했는데, 보정된 주소도 주민등록상 주소와 동일한 주소였다.

2심 법원은 2022년 8월 18일 고양경찰서에 A씨에 대한 소재탐지를 촉탁했으나, 9월 28일 고양경찰서로부터 ‘해당 주소에 거주하는 A씨 가족으로부터 피고인을 10년 동안 보지 못했으며 연락도 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들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이에 2심 법원은 2022년 9월 29일 A씨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할 것을 결정했다.

2심 법원은 공시송달 방법으로 A씨를 소환한 후 1회와 2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자 A씨의 출석 없이 개정해 소송절차를 진행, 변론을 종결했다. 이후 2023년 1월 10일 3회 공판기일에서 1심 판결 중 배상명령을 제외한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2심 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돼 올해 2월 수감됐고, 상소권 회복을 청구함과 동시에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공시송달 결정하기 전에 기록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주소로 송달하거나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공소장 기록을 보면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주민등록상 주거지에 살고 있다고 진술했고, 2020년 5월 2일 주거지 앞에서 체포된 적도 있다. 또 기록상 피고인이 작성한 각서에 피고인의 주소로 기재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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