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작년 2월 2심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호진 전 회장에게 한 시정명령은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공정위의 과징금납부명령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김치와 와인거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원고 이호진은 이 사건 김치, 와인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 원고 이호진에 대한 부분은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9년 6월 기업집단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당시 잠정 21억8000만원, 최종 의결서 2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구체적으로 휘슬링락CC가 생산한 배추김치와 알타리무 김치를 다른 계열사들에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014년 상반기부터 2년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으로 거래 금액은 95억5000만원에 달한다.
태광 경영기획실은 김치 단가를 호텔 생산 고급 김치들의 가격을 참고해 10㎏당 19만원으로 결정하고 계열사별로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 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 구매 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를 구축,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아울러 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전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각 계열사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46억원어치 와인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9년 9월 공정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은 사실상 1심에 준하는 효력을 갖고 있어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