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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어떻게 해서라도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 기회 조차 막혀버린 데에 있다. 아파트 청약을 바라자니 40~50대에 비해 적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에 밀린다. 기존 구식 아파트라도 살까 해도 사실상 대출이 막혀 모은 푼돈으로는 턱도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99.3대 1를 보이고 있다.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청약 평균 가점도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약 61.4점이다.
이 가점은 부양가족이 유독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30대가 절대 받을 수 없는 점수다. 현행 청약 가점점수 산정기준표에 따르면, 3인 가족을 둔 만 39세 무주택 세대주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은 52점(무주택기간 20점+부양가족수 15점+청약통장가입기간 17점)이다. 이마저도 나이가 조금 더 어리거나, 자녀가 없거나, 10대때 청약통장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가점은 훨씬 낮아진다. 주변 30대 보통사람들의 청약 가점은 대개 30점 안팎이 현실이다.
30대 평범한 직장인 A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 중인 현재 5년차 대리다. 대학을 다니던 20살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 두평 남짓 고시원, 다섯평 남짓 다세대주택 원룸을 10여년간 전전했다. 30살이 돼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초봉이 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세후 월급 약 280만원 수준에서 생활비와 월세 등을 내면 한 달에 150만원 남짓 빠듯하게 저축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학비는 부담해준 부모 덕분에 학자금 부담은 덜어서 저 정도다. 연봉과 저축액이 조금씩 늘면서 5년 간 꾸준히 모은 돈은 1억원이다.
A씨는 ‘결혼하려면 서울에 집 한 칸은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집을 알아봤지만 웬만한 20평대 아파트는 5억~6억원이 넘는다.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 9억원 초과 신축 아파트 혹은 강남 등 학군과 주거환경이 좋은 지역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근 정부의 21번째 부동산대책인 ‘6·17 대책’으로 인해 이제 주택담보대출도 40~50% 밖에 안 나온다고 한다. 모은 돈은 기껏 1억원 뿐이라 모자란 2억원을 도무지 메울 방법이 없다. 부모님께 어렵게 손 좀 벌려볼까 해도 요즘엔 주택 매매 시 자금출처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 40%에 달하는 증여세 폭탄을 맞으니 이것도 엄두가 안 난다. 결국 A씨는 2억원 안팎의 오피스텔 혹은 빌라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
다른 30대 직장인 B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B씨는 지금까지 저축한 돈과 청약 가점으로는 서울과 주요 수도권에서 분양 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청약을 포기했다. 대신 모은 돈의 대부분인 6000만원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면서다. 조금 재미를 본 B씨는 주식 투자로 집값을 마련해 서울에 구축 아파트라도 얼른 장만해야겠다는 생각 중이다. 은행 예금은 초저금리인데 집값은 빠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순진하게 청약 저축을 하며 무작정 10년, 20년을 기다리다간 영영 내집 마련을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윗세대들은 “요즘은 청년주택, 행복주택 같은 지원도 있지 않느냐. 비싼 서울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수준에 맞는 집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30대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그때는 분양 기회도 많고 10년 성실히 저축하면 집 한 칸은 살 수 있었을 시대 이야기죠. 집값과 청약 가점은 기성세대가 투기로 다 끌어 올려놓고, 왜 요즘 세대의 실수요도 막아버려 박탈감만 물려주나요? 직장 등 생활터전이 서울인데, 단순히 집값이 싸다고 해서 교통 대책도 연고도 없는 수도권 외곽으로 나갈 순 없죠. 평생 임대주택에 월세 주고 살아야 하는 청년주택 같은 보여주기식 제도 말고, 무주택 사회초년생들의 주택 실수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주세요. 기성세대들이 10년전, 20년전 사회초년생일 때 내집 마련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