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GC녹십자(006280)와 손을 잡고 혈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김신우(사진)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이 코로나19 완치자들의 적극적인 혈장 기부를 요청했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걸러내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의약품(고면역글로불린)이다. 혈장은 혈액 구성 요소 중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빠진 누런빛의 액체 성분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에게 생긴 항체를 포함하고 있다. 혈장 치료제 개발에선 완치자의 혈장, 즉 혈액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혈장 공여는 혈액을 주는 것이고 투여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헌혈 정도의 위험밖에 없다”며 “감염 위험은 걱정할 게 없고 두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해서 헌혈과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혈장 공여를 하기 위해서는 1차 병원 방문시 혈장 공여 가능 대상자를 선별한다. 이를 위해 나이와 체중 등 기본적인 요소는 물론 B·C형 감염 여부와 가장 중요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형성돼 있는지를 검사(항체 역가 검사)한다.
문제는 이 항체 역가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일주일 정도가 걸려 1차 방문 당일에 바로 혈장 공여 가능 대상자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이다. 병원을 두번 방문해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중화항체 검사는 간 기능 검사처럼 상용화된 검사가 아니고 국내에서도 검사하는 곳이 몇 곳밖에 없다”며 “(여러 완치자의 검체를) 모아서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완치자 혈액을 구하지 못해 혈장 치료제가 난항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오해의 측면이 있다. 혈장 공여를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서 “사람들이 왜 공짜로 치료받고 기증을 안 하느냐는 식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앙방역대책본부를 통해 혈장 모집이 홍보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25일이다. 4일 기준 혈장 기증 의사를 밝힌 이는 18명이고 이 중 5명이 실제 기증을 완료했다. 김 교수는 “혈장 기증과 관련해 전화도 많이 오고 있다”며 “앞으로 기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현재 서울 1곳(고려대안산병원), 대구 지역 3곳(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서 할장 기증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중 경북대에서 혈장 확보를 책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에서 확진 환자를 진료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고 2월 19일부터 자가 격리도 겪어봤다. 이후 그는 확진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 자가 격리에서 해제됐다. 그는 “초기에 혼자 있으면 답답한 면이 있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됐다”며 “다른 분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격리가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향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망에 대해서는 “최소 향후 1~2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혈장치료제는 다른 치료제보다 개발 가능성을 높게 봤다. 혈장치료제 역시 항체 치료제의 일종이나 그나마 완치자 혈액에서 항체를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김 교수는 “사람에게서 혈장을 받아서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세포를 통해서 면역글로빈을 키워내든지 복제해내는 기술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라며 “일단은 사람 혈장으로 만든 치료제가 효과가 있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