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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안정에, 정제마진 회복…정유사, 봄날 맞나

남궁민관 기자I 2019.03.17 20:27:59

두바이유, 지난해 말 40달러서 60달러대 안정화
정제마진도 15주만 4달러대 진입…수익성 확보
"슈퍼사이클 수준 아니어도 실적개선세 양호"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회복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4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60달러대에서 안정화됐고,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급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올 들어 점진적 인상세로 전환,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안정화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당장 국내 정유사들은 재고자산평가 및 재고관련(래깅효과) 손익에서 긍정적 효과를 봐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깅효과는 원료투입과 판매 사이 발생한 시차에 의한 영향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재고자산평가는 각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에 대해 월별 또는 분기별로 가치평가를 내리는 것을 말하며, 원유를 구입한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면 이익, 내리면 손실로 평가된다. 또 재고관련손익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사이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데, 그 사이 국제유가 변화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도 오르내려 발생하는 손익을 말한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 및 재고관련손실은 국내 정유 4사 ‘어닝쇼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지난해 10월 4일 84.44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는 같은 해 12월 26일 49.52달러까지 급락했고,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4분기 총 1조135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행히 두바이유는 올들어 꾸준히 인상 흐름을 이어가며 이달 15일 67.71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정유 4사는 재고자산평가 및 재고관련손익에서 전분기와 달리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의 직접적 수익에 잣대로 활용되는 정제마진도 최근 확연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제마진 반등은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가 집중되고 계절적 수요가 개선되며 휘발유 마진이 반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국제시장 지표인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배럴당 3.8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 4달러대를 하회하다가 3월 첫째주 4.2달러로 올라섰다.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4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15주만에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제마진 수준으로 복귀한 셈이다.

실제로 증권가 예측 주요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4분기 대비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5068억원, 에쓰오일(S-OIL)은 3012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4분기 각각 2788억원, 2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중동발 공급감소 우려감이 강세 요인으로 반영됐지만,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 및 유럽발 경기 둔화 우려감이 강세를 제한해 보합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제마진은 미국 석유업계의 정기보수가 집중되고 계절적 석유제품 수요가 개선되면서 가솔린 마진이 반등해 3주 연속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업계는 근래 3년간 이어졌던 ‘슈퍼사이클(초호황)’만큼의 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흐름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최근 정제마진 반등세 역시 일시적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은 하루 175만배럴 규모로 공급압박이 존재하고 브렌트유-WTI(서부텍사스유) 스프레드는 여전히 높아 구조적인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정기보수 이후 드라이빙 시즌 진입을 고려하면 정제마진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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