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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싸움 종지부 찍은 KTX 해고승무원…'오영식의 결단'

권소현 기자I 2018.07.22 19:07:19

지난 2월 취임 후 줄곧 노사관계 정상화 추진
취임 이틀만에 98명 원직복귀 결정·단체협약 무쟁의 타결
KTX 승무원 복직 문제도 4대 종단에 중재 요청하며 성사
"사회적 대타협 추구…갈등 봉합 차원에서 합의"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13년 동안 이어진 사회갈등을 봉합하고 당사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합의했다”

오영식(사진) 코레일 사장은 21일 오전 10시 코레일이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전 KTX 해고 승무원 사무영업직 특별채용에 합의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6년 정리해고된 전 KTX 해고승무원 180여명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해고 12년 만이다. 그 동안 해고 승무원들은 코레일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였고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히면서 동료 승무원이 자살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그러다 최근 대법원 판결이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KTX 해고 승무원 거래카드로 검토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 요구는 거세졌다. 이들은 지난달 초 코레일을 찾아 오 사장과 면담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만에 합의서에 서명한 것이다.

KTX 해고 승무원은 입사 전에 교육을 받고 특별채용시 거쳐야 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일할 수 있다. 업무도 본연의 승무가 아니라 발권이나 안내 등 사무영업이고, 당장 전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33명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된다.

어쨌거나 철도분야 근무경력을 인정해 우선으로 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특별채용의 문을 열어줬다는 것만으로도 KTX 해고 승무원들은 만족해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 사장의 결단력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노사간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는데 그동안 파업과 투쟁이 반복됐던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종종 드러냈다. 때문에 코레일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노사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이틀만에 철도파업 등으로 인한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해 파격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노조와 직접 약 39시간에 걸친 밤샘교섭을 진행해 3년 만에 무쟁의 단체협약 타결을 이끌어냈다. KTX 해고 승무원 문제도 오 사장이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 참가한 4대 종단에 중재를 요청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였을 당시 코레일의 노사화합과 함께 해고자 복직을 약속한 바 있고 작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으로 일했던 오 사장이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해고자 문제 해결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오 사장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키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 채용을 줄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올해 상반기 100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1000명 가량을 뽑을 계획이다. 연간 2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공사를 창립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오 사장이 택한 것은 일자리를 최대한 나누는 것이었다. 해고 승무원을 인력결원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특별채용하고 인력수급상 불가피한 경우 내년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해고 승무원도 수용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치인 오영식이 아니라 코레일 사장으로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현재 국정 기조가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하자는 건데 이유가 어떻든 KTX 해고 승무원들이 피해자인 만큼 원칙적으로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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