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일 기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 2분기 후판가격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동결로 마무리됐다. 양 업계는 서로 `불황`을 명분으로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후판 제조업체와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주요 조선업체들은 2분기 철강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분기 후판 가격은 회사별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전 분기와 같은 사실상 동결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단 이후라도 재협상이 진행되면 2분기 거래물량이 소급적용 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상 희박하다.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계는 톤당 평균 5만원 인하를 요구했으나 포스코 등은 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못 박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이미 많이 내린 만큼 더는 내릴 수 없다는 뜻을 협상 상대방(조선사)에게 통보했다"라며 "동결하기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작년 2분기 톤당 102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을 올해 1분기 81만원까지 내렸으며, 이 때문에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한 만큼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아직 가격하락 요인이 충분히 있다고 맞섰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2009년 이후 저가 수주한 물량 부담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라며 "그럼에도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수입가보다 한 번도 가격을 낮게 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재료인 철광석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만큼 철강업계가 최대 고객인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격을 낮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사들의 저가 후판의 국내 유입과 올 초부터 이뤄진 일본 신일본제철, 동경제철 등의 가격 인하 등 외부 요인으로 말미암아 가격 인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주요 거래처인 유럽 선박시장의 침체로 최근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내 업체들끼리 저가 수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8일 `철의 날` 행사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철강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조선업계와의 상생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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