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부터 행장 선임을 위해 현직 부행장들과 지주사 대표들에 대한 서베이(survey·조사)를 실시한다. 차기 행장을 내부인사 중에서 선임하겠다고 밝힌 어 내정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어 회장은 당분간 은행의 체질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언급한 만큼 행장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
지주 사장은 외부인사가 영입될 공산이 커졌다. 어 회장은 전날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사장은) 대내외 전략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내부인사로 단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 회장을 보좌하면서 글로벌 감각과 대외업무 능력을 지닌 인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어 회장은 또 두 자리 모두 출신지 등을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불거진 정치권의 금융권 인사개입 의혹으로 대구·경북(TK) 출신 후보들이 역풍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 `행장` 최기의·심형구·민병덕·김기홍 유력 거론
어 회장이 행장 인선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유력 후보간 물밑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어 회장과 남다른 친분을 자랑하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다.
최기의 부행장은 등기임원으로 그동안 행내 2인자로 통했으며, 현재 행장 대행을 맡고 있다. 인사와 전략 등 요직을 거치며 사실상 능력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민병덕 부행장은 방대한 국민은행의 영업조직을 총괄 지휘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지난 심형구 부행장도 특유의 영업능력을 발휘해왔다는 평이 높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강경상고와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쳤다.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현직에 있을 당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경동고와 미국 바렛(Barat) 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밖에 전직 부행장 출신인 이달수 현 KB데이터시스템 사장과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에 대한 하마평도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 모두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누가 차기 행장이 되던 흐트러진 행내 분위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한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
◇`KB 사장` 김동원 이영호 하마평..박동창·윤종규 급부상
김중회 전 사장의 해임 이후 반년째 공석인 KB금융지주 사장 인선도 행장 선임이 확정되는데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차기 사장에는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동원 기업은행 사외이사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국민은행 전략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바 있다. 하지만 고향이 경북 안동에다 고려대 출신이란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회장에 이어 사장까지 고대 출신이 자리를 꿰찰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영호 금감원 전 부원장보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역시 고대 출신이다. 남경우 KB금융아카데미 원장도 한때 하마평이 나왔지만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 의혹` 파문에 휩싸이면서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 회장이 `외부인사` 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친분이 두터운 박동창 한국글로벌금융연구소 소장과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윤종규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부사장을 지낸 박 소장은 경남 함양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와 고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윤 상임고문은 광주상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 회장은 이르면 다음주 초, 늦어도 23일까지 차기 행장 선임을 마친 후 사장 인선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B지주는 최근 회장이 추천하는 인물을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승인하는 인선 방식을 도입, 행장 및 사장 인사를 사실상 어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