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 제2의 중국`..외국인 투자 봇물

김현동 기자I 2006.09.22 16:02:23

도이체·메릴린치 증권투자 개시..씨티·CS·골드만도 투자 준비
IMF "베트남은 `제 2의 중국`"..WTO 연내 가입 전망
유동성 부족 해소가 관건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붕따우의 아름다운 해변은 이제 잊어라. 베트남은 `제 2의 중국`이 될 것이다.`
 
베트남이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고, 세계적인 펀드들이 베트남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상향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이 `제 2의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연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금 봇물 터지듯

베트남 주식을 `10년동안 사둘 주식`으로 평가했던 메릴린치는 이달 호치민증권거래센터(HMSC)코드를 발급받았다. 지난 달에는 도이체방크가 증권거래를 위한 코드를 받았다.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씨티그룹은 1년간에 걸쳐 증권거래를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고, 스위스의 크레디 스위스(CS)도 베트남 투자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직접 투자보다는 역외를 통해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도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 출장이 잦아졌다. 팀 라이스너 골드만삭스 홍콩 이사는 "현재 베트남 고객들과 채권 및 주식 발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씨티그룹은 베트남 정부의 국내외 채권 발행 주간사를 맡았다. 최근에는 베트남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회사들은 이미 베트남 주식을 일부나마 직접 사고 있거나, 살 준비를 마친 상태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에서 300억달러의 이머징 마켓 주식을 운용하고 있는 마크 모비우스는 "베트남 주식을 살 준비가 돼 있다"면서 "베트남 증시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LSA의 크리스토퍼 우드 스트래티지스트는 "베트남 시장은 아주 흥미로운 곳"이라면서 "앞으로 2년 동안 상장기업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증권시장이 극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93년 중국 증시 투자 붐을 일으켰던 바톤 빅스는 "베트남은 10년 전 중국이나 몇년 전 인도와 비슷하다"면서 "베트남은 중국, 인도를 잇는 대형 건수"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제 2의 중국"

라그람 라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은 강한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제 2의 중국(emerging China)`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트남의 매력은 측정불가능할 정도"라며 ▲연 8% 이상의 경제 성장률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자 순석유수출국인 자원 대국 ▲정치적 안정 ▲꾸준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 호치민증권거래센터의 VN지수는 연초 대비 66% 상승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트남 정부의 개혁에 따라 주식시장 상장기업이 늘어나고 WTO 가입이 확실시되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들 것으로 전망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에서 17억달러 이머징 마켓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브래드 아햄 매니저는 "상장 기업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베트남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콤은행증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호치민증권거래센터에는 49개 종목이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31억달러 수준이다. 최근 3개월간 하루 거래량은 66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웃한 태국 증시의 상장 종목이 485개이고 시가총액이 1323억달러이며, 일일 거래량은 3억1400만달라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증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베트남 증권시장의 전망은 밝다. 호치민증권거래센터는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800억 달러에 도달하면, 증시 규모가 240억달러로 현재 GDP의 6% 수준에서 20~30%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부족 문제도 상장 기업이 늘어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사콤뱅크(SACOM BANK)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베트남수출입은행과 메콩델타주택은행이 상장될 전망이다.

다만, 49%로 묶인 외국인 투자제한과 은행 투자한도 30% 등은 외국인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베트남 증권회사를 통해 베트남 동화계좌를 통해서만 주식을 사도록 한 것도 외국인 투자를 막는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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