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어려워서 더 특별한 울릉도 여행
해안일주도로에서 절경 속 드라이브
울릉도 유일 평야, 신선세계 나리분지
삼선암과 관음도의 자연친화적 풍경
일본식 가옥 개조해 기념관이 된 관사
독도박물관서 되새기는 민족적 애국심
 | | 절벽과 바다 사이에 난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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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경북) 글·사진=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울릉도는 까다로운 섬이다. 파도가 높으면 배는 멈추고, 해상 운송비로 인해 물가는 육지보다 비싸며, 날씨는 하늘 마음이다. 역설적이지만 그 모든 번거로움이 오히려 울릉도를 특별하게 만든다. 한국인이라면 평생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섬. 울릉도는 머물 때보다 다녀온 뒤에 여운이 더 선명해지는 섬이다.
‘바다의 금강산’…첫눈에 반한 울릉도
 | |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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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KTX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 영일만항에서는 밤 11시에 출항하는 배를 탈 수 있어 서울에서 일과를 마치고도 여유 있게 떠날 수 있다. 항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뉴씨다오펄’호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울릉도까지 여섯 시간이 넘는 항해지만 밤은 더디게 흐르지 않는다. 노래방, 오락실, 공연, 그리고 편의점 김밥 한 줄이 외로움을 달래준다. 파도에 부서지는 달빛을 감상하는 시간은 비행기 여행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다.
밤바다를 가르는 선박은 자는 동안 유유히 동해를 건넜다. 새벽 5시 반, 갑판에 나서자 구름을 이고 선 울릉도의 산과 절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한 초현실적 풍경이다. 사동항의 북적북적한 활기가 웬만한 해외 여행지보다 가기 어렵다는 울릉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운다.
 | |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에서 본 사동항의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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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이 부족한 울릉도는 렌터카나 투어 차량을 이용해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2019년, 사업 계획을 세운 지 55년 만에 완성된 해안일주도로를 달리자 벌써 울릉도 여행이 만족스러워졌다. 총 44.5km 길이의 울릉도를 한 바퀴 감싼 길은 방문객을 바다와 절벽, 기암절벽이 그리는 풍경화로 안내한다. 드라이브 도중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 잠시 멈추면 섬의 풍경에 더 가까워진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울퉁불퉁하게 깎인 곳곳의 기암괴석이 남성적인 강인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야인 나리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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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나리분지가 나타난다. 울릉도 유일의 평지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섬 속의 섬마을’이라 불린다. 고요한 분지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오르자 구름이 산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린다. 전설 속 신선의 마을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다.
 | | 울릉도 해안일주도로와 삼선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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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를 나와 동쪽으로 향하다 보면 유독 커다란 바위 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우뚝 선 세 개의 바위, 삼선암이다. 세 선녀가 이곳 경치에 반해 하늘로 돌아가는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까이서 보면 바다와 어우러진 웅대하고도 압도적인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 | 다리로 울릉도 본섬과 연결된 관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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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암과 차로 3분 거리의 관음도는 140m 길이의 파란색 다리를 통해 본섬과 연결된다. 이곳은 괭이갈매기의 천국이다. 어족이 풍부해서 갈매기들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동백나무, 억새 등 갈매기가 둥지를 트기에 적합한 환경 때문에 집단 번식지가 형성됐다. 하늘을 하얀색 카펫처럼 수놓는 갈매기를 배경으로 걷는 관음도 트레킹은 자연과 함께 숨을 쉬는 시간이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과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 | 파란 다리로 연결된 관음도와 괭이갈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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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품은 사람과 기억 속을 걷다
 | | 일본 양식으로 지어진 ‘박정희 1962 옛 군수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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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한 인물이 군함을 타고 울릉도에 도착했다.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였다. 밤에 도착한 그를 맞이한 것은 횃불을 들고 환영에 나선 주민들이었다. 실질적인 국가 최고 지도자가 정기 여객선도 없는 먼 곳까지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열렬한 주민 환대가 감동을 준 것일까. 이후 울릉도에는 일주도로, 수력 발전소 등의 인프라 건립이 시작됐고, 정기 여객선의 운항도 이뤄졌다.
 | | ‘박정희 1962 옛 군수관사’ 내 밀랍 인형 전시물. 1962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식사 장면이 재현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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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짧은 그의 방문에 숙소로 쓰인 군수관사는 현재 ‘박정희 1962 옛 군수관사’라는 이름의 기념관으로 남아 있다. 초기 울릉도 개발의 시작점이 된 상징적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시설이다. 1940년대 일본식 전통가옥 양식으로 지은 옛 군수관사를 리모델링한 기념관 안에는 당시 박 의장의 저녁 식사 장면이 재현돼 있다. 실물 모습과 거리가 있는 밀랍 인형이 앉아 있지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은 예전 주민들의 정성을 짐작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 | 도동항 인근의 독도박물관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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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 좋지 않아 독도에 가지 못한다면, 도동항 인근의 독도박물관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지도와 사료. 신라에서 조선, 대한제국, 그리고 현대까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이야기들이 그득 쌓여 있다. 많은 자료가 한목소리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현장.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넘쳐나는 박물관은 애국심이 절로 솟아오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 | 가수 이장희가 설립한 울릉천국 아트센터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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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예전 인기 스타가 정착지로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의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가수 이장희는 지금 울릉도 북면 평리마을에 머물고 있다. 그가 울릉도에 정착한 뒤 설립에 참여한 복합문화공간 ‘울릉천국’ 아트센터에는 한국 포크 음악과 통기타 문화의 산실 역할을 했던 ‘세시봉’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음악 자료가 전시돼 있다. 그 시절의 향수를 추억하는 중장년층 팬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 | 행남해안산책로의 구간의 저동항 인근 방파제에서 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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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나오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은 행남해안산책로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약 2.6㎞ 길이의 산책로가 펼쳐지는 곳으로 울릉도 절경의 압축판으로도 불린다. 시간이 없다면 촛대바위 인근 방파제만 걸어도 충분하다. 해안 절벽과 코발트 빛 바다, 떠 있는 선박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울릉도의 인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거친 남성미를 자랑하는 울릉도의 자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감추지 않는 코스로, 울릉도 여정의 끝에서 만나는 또 다른 울릉도다.
 | | 저동항 인근 방파제의 바다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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