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함병주, 한규만 교수)이 건국대학교 연구팀(신찬영 교수), 한동대학교 연구팀(안태진 교수)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높다는 것을 규명했다.
우울증은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뇌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해 우울증 발병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동물에서 염증 조절 경로인 인터페론(Interferon)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19세~64세 사이 성인 중 우울증 환자 350명과 정상 대조군 16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의 특정한 부분에 생기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과 비교해 염증 조절에 관련된 유전자의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정도에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우울증 동물 실험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주로 환경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인해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 할 수 있다. 염증 유전자의 발현은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를 증가시킬 수 있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발병시킬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뇌 MRI를 이용해 대뇌 피질 두께의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해 있다는 것을 밝혔다.
함병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로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 관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규만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여 예방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Correlation between immune-related genes and depression-like features in an animal model and in humans’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Brain, Behavior, and Immunit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