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나마 믿을 언덕이었던 신용대출도 한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 희망자의 연봉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한때 2%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다. 적어도 3% 초반 금리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은행들이 급거 극약처방에 나선 것은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인 데 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9일 기준 695조 708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말 잔액 670조1539억원 대비 25조원가량 늘었다. 연말 대비로 3.8% 늘었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5~6%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이를 맞추기 위해 대출 제한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집값을 비롯해 자산 가격 거품이 은행 대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정부 당국자들이 갖고 있다”면서 “농협은행도 결국은 최후의 수단으로 주담대 신규 중단이라는 마지막 수를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대출규제에 따라 9억원 미만 아파트를 공급하는 하반기 수도권 외곽과 지방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전세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전세세입자들 역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어야 하는 서민·중산층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이제와서 그 책임을 실수요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이어간다면 실수요자들의 구매 여력을 뺏는 것과 다름없다”며 “실수요자를 지원할만한 대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전세대출 규제시 서민주거시장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임대료 변동률에서도 이미 지난 1년치의 두배가 올랐는데, 대출을 막는다면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