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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 피해 쿠팡·네이버도 연대 책임…IT업계 "시대역행 규제" 반발(종합)

한광범 기자I 2021.03.07 14:42:00

공정위,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입법예고
'책임면제' 중개 플랫폼도 고의·과실시 피해 책임
당근마켓 등 C2C 플랫폼, 분쟁발생시 신원제공해야
IT업계 "의견수렴 절차 없었다…전면 재검토 요구"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김상윤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며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개를 담당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도 피해발생에 대한 연대책임 의무를 지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빠른 피해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IT업계에서는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역행적인 규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자상거래법 개정 입법예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상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현실화하고 효과적인 소비자 피해차단·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중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현실화다.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전통적인 통신판매를 기반으로 설계된 현행법은 중개자라는 점을 고지한 경우 책임을 면책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표시하도록 해, 기존에 한정된 정보로 인해 피해발생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던 소비자가 책임소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처럼 중개거래나 직매입을 함께 하는 플랫폼에게 이를 각각 분리해 표시·고지하도록 했다.

◇공정위 “플랫폼들, 관여한 만큼 책임져야…시장 위축 가능성 없다”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소비자 피해 책임의무도 지도록 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거래당사자인 것처럼 소비자 오인을 초래했거나 △거래과정에서의 수행 업무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입점업체와 연대책임 의무를 갖게 된다.

기존에 입점업체가 혼자 지던 소비자 피해보상 책임을 플랫폼이 나눠지게 됨에 따라 소비자 보호가 두터워진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플랫폼 입장에선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배상 책임을 지는 만큼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플랫폼이 역할과 관여도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도 비례적으로 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플랫폼이 일정부분 책임을 나누게 됨에 따라 소비자 피해구제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편안은 입점업체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현재 구조에선 플랫폼 잘못이더라도 입점업체가 일단 소비자에게 배상을 한 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라며 “플랫폼과 입점업체 관계를 고려하면 구상권 청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IT업계에선 강화되는 온라인플랫폼 관련 규제가 결국 국내기업만 적용받게 돼, 아마존 등의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규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진=AFP)
공정위는 규제 강화에 따른 중개 플랫폼 위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신 사무처장은 “본인 과실에 의한 연대책임을 지더라도 중개업이 직매입 판매보다 훨씬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 실제 직매입의 경우 전자상거래법보다 규제가 더 센 대규모유통업공정화법의 적용을 받는다.

아울러 플랫폼 책임 강화가 수수료 인상 등 입점업체로의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플랫폼 과실로 인한 배상을 수수료 인상 명분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에 대해선 국내에서 분쟁해결·문서수령 등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내대리인을 지정해 집행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전규제의 경우 다른 나라 법률과 충돌할 수 있어 일부 조항의 적용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IT업계에선 또다시 국내 사업자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자는 제대로 규제도 못하면서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하게 돼 국내 플랫폼들이 제대로 된 경쟁 없이 해외 플랫폼들에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검색광고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강제했다. 소비자가 광고제품을 순수한 검색결과로 오인해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e커머스 사업자가 이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했다. 또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조회수, 판매량, 상품가격, 광고비 등에 대한 주요 기준도 표기하도록 했다.

◇IT업계 “스타트업 소비자보호 장치 외면…소비자에 책임전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당근마켓 등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도 확대한다. C2C 거래에서 환불거부 등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원정보를 확인·제공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에서도 플랫폼이 피해 구제신청 대행 장치를 마련하고 분쟁발생시 신원정보 제공 등의 협조를 의무화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임시중지명령제도의 발동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임시중지명령제는 피해 발생 우려시 상품 판매나 광고를 일시 중단토록 하는 제도다. 허위·과장·기만적 소비자유인행위에 대한 신속·효과적인 구제를 위해 동의의결제도 도입한다. 동의의결제는 기업 스스로 피해보상과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경우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 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내실있게 구제되고 온라인 플랫폼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혁신해나가며 성장하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IT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공정위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선제적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해온 스타트업의 방식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천편일률적인 규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C2C 피해발생 시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선 “분쟁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가 취득한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는다”며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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