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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도 걱정 없다. 최첨단 지도 측정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여기에 커넥티드카 기능까지 더해져 회사에서 하던 일이나, 집에서 즐기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차 안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도로가 막혀도 문제없다. 대중화된 에어택시를 지상 택시처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이 10일(현지시간) 나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인공지능을 우리의 일상으로(AI in Everyday Life)’라는 슬로건에 맞게 참가 기업들은 CES에서 AI가 바꿀 미래를 보여줬다. 아울러 진화하는 모빌리티 기술을 통해 미래차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참가 기업 상당수가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은 가운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모두 이번 CES에서 진화된 AI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조직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이 개발한 인공인간 ‘네온(NEON)’은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전시 중 하나였다.
인간을 꼭 닮은 아바타 형태인 네온은 딥러닝 기반으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감정과 지능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네온은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특징을 스스로 배우며 진화할 수 있다. 스타랩은 네온을 두고 “AI 비서도, 인터넷 인터페이스도, 뮤직 플레이어도 아니다. 그냥 친구”라며, 사용자와 시차 지연 없는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는 ‘AI 친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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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AI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가전영역에 AI가 적용된 소비자의 삶을 공개했다. 우선 딥러닝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캐나다 몬트리올대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가 공동 설립한 AI 솔루션 기업 ‘엘레멘트 AI’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AI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사 AI 통합 브랜드 ‘씽큐(ThinQ)’ 기반의 다양한 AI 가전도 공개했다. ‘어디서든 내집처럼’을 주제로 마련된 ‘LG씽큐 존’과 ‘클로이 테이블’에선 실제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가전 제품들에 AI 기술이 접목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우수한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평가받는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전시장에서 자사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가 내장된 다수 제품을 공개했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 부스 외에도 다수 기업들이 두 기업과 AI 파트너십을 통해 내놓은 작품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이들 글로벌 기업들과의 AI 경쟁을 위해 삼성전자에 AI 초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정호 사장은 “AI 영역은 국내의 잘하는 플레이어들이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시장을 다 내주고 우리는 유저가 될 판”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개인용 디바이스뿐 아니라 TV, 커넥티드카 등에서 5G와 AI 기술을 융합하자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T는 세계 최초로 ‘5G-8K TV’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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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ES에선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도 공개됐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이며, ‘모빌리티’ 혁신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총출동하며 “CES(Consumer Electronic Show)가 ‘Car Electronic Show’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현대차(005380)와 벨은 도심이동을 위한 비행체를 나란히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특히 현대차는 파격적으로 전시장에 차량을 전시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평소 의지가 그대로 담긴 전시였다.
전시장에서 자동차를 대신해 선보인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날개 길이는 15m, 앞뒤는 10.7m에 달하는 거대 헬리콥터를 닮은 모습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졌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승차공유 기업 우버와 손잡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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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동차 회사들도 모빌리티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일본 글로벌 전자업체인 소니는 프로토타입 전기차 ‘비전-S(Vision-S)’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년 모바일이 우리 생활을 변화시켰다면 앞으로는 모빌리티가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 영역을 모빌리티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도 자사 AI 플랫폼 ‘알렉사’를 통한 다양한 모빌리티 시스템 확대를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파이어TV(Fire TV)미디어 스트리밍 기기가 처음 공개됐으며, 핵심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블랙베리와 손잡고 개인 맞춤형 콕핏과 차량 오디오, 차량 상태 모니터링, ADAS, 기능 같은 차세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삼성전자·LG전자도 ‘모빌리티’ 기술 공개
최태원 회장의 주도하에 그룹 차원의 먹거리로 모빌리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017670), SK하이닉스, SKC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전시하며, 반도체부터 자동차소재, 배터리, 차량 내 미디어까지 모빌리티 밸류체인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을 비롯해, 각각 자율주행차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LiDAR), AI 기반 HD맵 실시간 업데이트 기술인 ‘로드러너’를 공개했다. 아울러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Byton)과 차세대 전기차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밖에도 SKC는 모빌리티 고부가·고기능 특수 소재를, SK이노베이션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배터리 기술을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과 함께 개발한 디지털 차량 계기판 ’디지털 콕핏‘의 새 버전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 2020에 5G 기반 ‘빅스비’를 탑재해 운전자의 상황에 맞는 운전 환경을 조성했다. 또 자동차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을 탑재해 8개의 디스플레이와 8개의 카메라를 구동한다.
LG전자는 집에서의 다양한 AI 경험을 차 안에서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커네티드카를 공개한데 이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하고, 웹OS 오토 기반의 차세대 IVI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CES를 참관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통적인 TV 전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AI와 모빌리티가 주인공이었던 전시회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