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증권가는 실적 바닥을 확인했다며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올 1분기에도 이런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8일 삼성전자(005930)는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잠정 매출액도 12.2% 줄어든 52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예측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 컨센서스(평균치)는 각각 4조8193억원, 52조486억원이다. 회사 측이 발표한 영업이익 잠정치는 이를 대폭 상회하고, 매출액은 거의 유사하다.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는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은 “시장에서 예상한 영업이익보다 10% 이상 잘 나온 성적인 만큼 실적 바닥을 확인했다고 봐야 한다”며 “작년 3분기를 바닥으로 실적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양호한 실적은 원·달러 환율의 효과가 컸다”며 “이를 감안하면 4분기 양호한 실적은 비단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라 국내 수출주 전반에 나타날 수 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 역시 1900선을 무난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시장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정 실적 발표 이후 실적에 대한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IM(IT·모바일)부문이 생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대 후반까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비수기인 1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삼성전자 주가는 물론 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는 작년 4분기보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달 출시될 스마트폰 신제품이 얼마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과 동행하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신제품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가 주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견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올해 전체로 봤을 때 삼성전자 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양호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1분기 실적을 통해 상반기 실적이 어느 정도 방어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