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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창시절 겪은 폭력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이 확산한 이유도 맥이 맞닿아있다. ‘라떼는 말이야’ 식으로 여겨졌던 당시 관례가 문제였음을 알게 되고, 과거 쉬쉬했던 일을 다른 누군가는 맞서 싸우는 모습에 용기를 얻어 동참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북부지법은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한 ‘스쿨(학교) 미투’의 도화선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전직 교사 A씨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피해자들이 문제를 세상에 알린 지 3년, 사건이 발생한지 9~10여년 만이다.
2018년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가 이어지자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재학생들은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글귀를 붙여 응원했다. 교사 18명이 징계를 받았지만, 15명은 학교로 복귀했다. 파면당한 A씨는 180명이 넘는 학생들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당했지만, 당시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불기소 처분했다. 작년 시민단체가 진정서를 낸 뒤 보완수사가 이뤄졌고,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피해자 중 한 명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은 상처를 극복하려는 용기로 시작한 ‘스쿨 미투’에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학생들과 시민단체, 언론의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가해자 처벌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가 “학교 현장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라고 밝힌 소회를 통해서 과거를 넘어 미래를 보는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 프로배구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다영 선수를 시작으로 체육계를 비롯해 일반인까지 번진 ‘학교폭력(학폭) 미투’도 우리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청소년 세대에 장난으로 돌을 던져도 맞는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는 교육 효과는 물론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라도 미래에는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인과응보’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학폭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인권법센터 관계자는 “(스쿨·학폭 관련 미투를) 개인의 사생활로 치부하는 것이 잘못”이라며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예방과 대처에 협조하느냐에 따라 피해자가 자신의 상처를 딛고 ‘생존자’로 거듭나는 것을 도와줄 수도, 가해자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 습관과 문제의 원인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