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권 추락에 교단 등지는 교사들…2월 명퇴신청 벌써 6039명

신하영 기자I 2019.01.20 18:30:00

[학교 떠나는 교사들]올 2월 명퇴신청 6039명…30%↑
교단 떠나는 교사 해마다 급증…“교권추락이 원인”
충남 98% 증가 “명퇴 수요조사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열린 6회 졸업식에서 한 선생님이 졸업장을 받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꼭 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다음 달 실시되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전국적으로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632명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2년 전인 지난 2017년의 3652명보다는 65% 늘어났다. 사교육 중심으로 교육환경이 빠르게 변하는데다 교권마저 추락하면서 회의를 느낀 교사들이 속속 교단을 등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 2월 명퇴 신청 6039명…작년 2·8월 합계치 근접

20일 이데일리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 명예퇴직(명퇴) 신청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6039명의 교사가 다음 달 말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명퇴자 기준으로는 2017년 3652명에서 지난해 4639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벌써 6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지난해 2월·8월 명퇴 신청 인원을 합친 6136명에 벌써 육박하는 수치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2월과 8월 두 차례 교원 명퇴신청을 받는다. 2월 명퇴자는 통상 전년도 12월까지 접수를 마감한다. 교육청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명퇴 인원을 결정한다. 인사위원회는 비위 행위로 수사를 받는 중이거나 징계 예정자만 아니면 대부분 명퇴 신청을 수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 명퇴 신청자가 모두 늘었다. 지역별 증가율은 충남이 전년 159명에서 314명으로 155명 늘어 97.5%를 나타냈다. 이어 △대구 67%(124명) △세종 60%(6명) △전남 45%(124명) △인천 43.8%(71명) △경북 42%(116명) △충북 37.2%(45명) △부산 35.8%(146명) 순이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충남의 경우 2월 명퇴 신청자(314명)가 지난해 2월과 8월 명퇴 신청자를 합친 257명을 넘어섰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명퇴수당 예산 반영을 위해 지난해 9월 수요조사를 해보고 깜짝 놀랐다”며 “교권침해 증가 등으로 교직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많아 명퇴 신청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교원 명퇴 신청 증가세 뚜렷…“교권추락 탓”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추이를 봐도 명퇴 신청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2017년 2월 명퇴 신청자는 995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2월 1143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1376명으로 늘었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660명, 886명, 102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부산도 같은 기간 290명에서 408명, 554명으로 명퇴 신청자가 3년 연속 증가했다.

교단을 떠나려는 교사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 추락이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명퇴신청 증가는 전국적인 추세”라며 “급변하는 교육환경 변화와 교권 약화 등으로 교직에 대한 회의감 갖는 교사가 증가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교권침해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5월 공개한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년간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총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 204건에 비하면 149%나 증가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한 해 200건대가 접수되던 교권침해 건수가 2012년 300건대를 넘더니 2016년부터는 꾸준히 500건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했다.

2017~2019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교원 명예퇴직 신청자 현황(단위: 명, 자료: 각 교육청, 교육부)[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학교 현장에서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찾기 어려워진 반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늘고 있다. 2010년 들어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약화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서울·전북 등으로 확산했다. 여기에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높은 사교육(학원) 의존도가 더해지면서 교권 추락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소재 고교 정모(43) 교사는 “존경심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교권은 하락한 반면 학생 인권은 중시되면서 학생지도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사 면전에서 욕설하는 학생은 비일비재하지만 교사들 중에선 언어폭력이란 비판을 듣지 않으려 학생에게 존칭을 쓰는 교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도 “교직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보람과 자긍심인데 이런 부분이 사라지고 회의감과 피로감은 커지면서 명퇴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베이비부머 은퇴시기 왔다지만…교직 회의감도 커져

교직에 있는 베이비부머(1958~1962년생) 세대의 퇴직시기가 도래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명퇴신청 자격이 생기는 교직 경력 20년 이상의 교원이 늘었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공립 초중등 교원 중 정년퇴직 예정자는 지난해 7280명에서 2021년 8610명, 2022년 1만35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교원명퇴 신청자 중 70%가 55세 이상”이라며 “아무래도 명퇴신청 자원 자체가 늘어난 원인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교권 추락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정년을 많이 남겨둘수록 명퇴 보상금(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과거 교직에 대한 보람이 클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교사로서 갖는 긍지와 보람이 줄어들면서 명퇴수당이 예전보다 훨씬 커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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