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기요금 당정 TF(태스크포스)’에 따르면 TF는 그동안 누진 6단계를 2~4단계로 줄이는 방안 40여개를 놓고 전기 사용량·요금 변화를 검토해오다 최근에 이를 세 가지 방안으로 좁히고 막판 조율에 나선 상황이다. 좁혀진 개편안에는 누진 단계를 2배, 누진율을 2배 가량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TF는 한국전력(015760)에서 원가 자료를 받은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TF 관계자는 “10월 중순까지 한전의 원가 자료가 TF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원가 자료를 검토해 구체적인 누진율·단계를 정하고 10월 말이나 11월 공청회 전후로 원가와 개편안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총괄원가, 주택·산업용 등 용도별 원가자료를 준비 중이다.
◇TF “10월 중순까지 원가 자료 받고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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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비자들이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냈다는 사실은 수차례 알려져 왔다. 감사원은 2013년 6월 “누진율을 적용받아 원가 이상 요금을 납부하는 가구 비율이 1995년 5.3%에서 2011년 33.2%로 급증했다”며 “1단계 가구에는 총괄원가의 51.7%, 누진 4~6단계 가구는 총괄원가 이상의 요금이 부과됐다”고 밝혔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자와 발전사부터 제출받은 총괄원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사가 지난해 적정이윤보다 4조9349억원을 더 걷어 폭리를 취했다”며 “지난해 한전이 국민에게서 걷은 전기요금이 54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적정요금의 10%가량을 더 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원가 이하의 주택용 요금을 적용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8월 브리핑을 통해 “4단계까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주택용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60% 수준으로 국제적으로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당정TF는 ‘평균의 함정’을 고려해 한전과 산업부에 구체적인 원가 내역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더라도 1단계 요금이 과도하게 낮고 5, 6단계 요금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누진 단계별 완화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수월해질 수 있다.
◇“한전 5조 폭리” Vs “OECD 60% 요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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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누진제 개편을 위해서는 원가 공개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명확한 원가 정보를 제공해 사실의 왜곡, 과소·과대평가로 인한 불필요한 논쟁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전기요금 원가를 어느 범위까지 볼 수 있는지 모호하기 때문에 원가 공개를 약속해 놓고 꼼수를 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제대로 된 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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