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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같이 산다' 美 2030 캥거루족 증가…"실패 아닌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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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7.05 16:58:33

30세 미만 49% "부모와 동거"…2019년보다 12%p↑
집값 중간값 6억원 돌파…"혼자 살면 무일푼" 하소연
SNS 당당히 공개 '스테이앳홈' 세대…설계까지 바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20~30대 성인이 급증하면서, 한때 ‘독립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캥거루족’ 생활이 이제는 재정적 지혜로 통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한 건설 노동자가 셰아홈스(Shea Homes)의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7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한 건설 노동자가 셰아홈스(Shea Homes)의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미국 성인의 49%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보다 12%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계 경제·의사결정 조사(SHED)’ 최신 결과다. 이 중 3분의 1가량은 25세 이상이었다.

미국 전국 주택 가격 중간값이 40만달러(약 6억1200만원)를 넘어섰고, 도시 지역 임대료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도 수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있어 독립할 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애틀랜타 교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메건 탈리(28)는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며 “혼자 살 수는 있겠지만 월말이면 완전히 무일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서비스기업 스라이벤트의 올해 봄 설문에서도 부모 집으로 돌아간 젊은 성인의 약 55%가 “재정적 필요 때문”이라고 답했다.

“부끄럽지 않다”…SNS서 당당히 공개

과거엔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최근엔 오히려 이를 숨기지 않고 스스로를 ‘스테이앳홈 도터(stay-at-home daughter, 집에 사는 딸)’, ‘스테이앳홈 선(stay-at-home son, 집에 사는 아들)’으로 소개하며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이애미 어머니 집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사만다 스토보(33)는 관련 콘텐츠를 틱톡에 올려 부수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며 “‘멋지다, 돈 많이 모으겠네’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미시간주 옥스퍼드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케이시 라이트(28)는 통금은 없어졌지만 외출 시 행선지와 귀가 시간은 미리 알리기로 부모와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성인으로서 필요한 거리감이 있다”면서도 “할 수 있다면 내일이라도 독립하고 싶다. 부모님 세대가 제 나이에 누렸던 자유를 저도 누리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WSJ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런 흐름이 굳어졌다고 짚었다. 퓨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18~29세 미국인의 52%가 부모와 함께 살았는데, 이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젊은 성인 다수가 부모 집에 머문 사례였다.

주택 설계도 바꾼다…ADU 규제 완화

이런 흐름은 주택 설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일부 주는 최근 부속 주거시설(ADU·이른바 ‘그래니 플랫’) 건축 규제를 완화했다. 캘리포니아 주택업체 빌라 홈스에 따르면 성인 자녀가 몇 년간 거주하며 첫 집 마련 자금을 모으도록 별도 ADU를 짓는 가정이 늘고 있다.

로런스 스타인버그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에서 미국의 지배적인 생활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적응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미시간의 52세 미망인 제시카 수지오는 20대 중반 두 아들과 함께 살면서 “새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게 서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워싱턴DC 근교 부동산 중개인 케빈 그롤리그는 성인 자녀가 독립하지 않아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고객이 늘자 자녀가 들어오기 전 이사 시점을 미리 합의하는 ‘4단계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케이시 라이트의 아버지 크레이그는 자신이 30대였던 1980년대엔 연봉 3만5000달러로 방 3개짜리 집을 7만달러에 샀다며 “지금 주택 가격 중간값의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퀸앤 지역의 한 주택 앞에 매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021년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퀸앤 지역의 한 주택 앞에 매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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