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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했다. 그는 이후 상황은 자세하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지난 6일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비상계엄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경찰과 군인들을 언급하며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한강은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설명했다.
많은 시민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배경에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은 덕분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강은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의 집필 동기와 관련해 ‘독재자의 딸’ ‘전두환’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것과 같은 배경이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는 “이 책을 쓴 데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또 하나는 저의 내면적인 원인도 있었다. 당시 ‘희랍어 시간’을 다 써서 출간했는데 다음 책을 쓰려고 했을 때 내면에서 저항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 한강은 예고에 없던 소설 낭독을 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현지 배우들이 한강 작품을 낭독하고 한강은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할 예정이었다. 한강은 ‘희랍어 시간’ 일부를 우리말 원문으로 낭독했다. 배우 카린 프란스 셸로프의 스웨덴어 번역본 낭독이 이어졌다. ‘희랍어 시간’ 스웨덴어 번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아 현지 독자에 깜짝 선물을 한 셈이 됐다. 스톡홀름에서의 노벨상 관련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한강은 곧 귀국해 집필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