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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위기 넘기니 이번엔 예산안 갈등…美정부 셧다운 맞나

박종화 기자I 2023.09.11 10:51:58

美하원 12일 회기시작…이달 예산처리 못하면 美정부 셧다운
재정지출 추가 삭감 요구하는 공화당 강경파, 셧다운도 불사
골드만 "셧다운 땐 매주 美 성장률 0.2%p씩 하락" 경고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연방정부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었던 미 정치권이 이번엔 예산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예산안 합의가 불발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현실화한다면 미 경제의 정치 리스크는 훨씬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사진=AFP)


◇공화당 강경파 ‘바이든-매카시 합의보다 지출 더 줄여라’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오는 12일 새 회기를 시작한다. 이번 회기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을 기한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달 안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 상태에 빠져 국방·교통·보건 등 필수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된다. 미 하원이 회의를 열 수 있는 날짜는 12일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지출 규모를 둘러싼 여야 이견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6월 부채한도를 상향하며 2024 회계연도 세출을 2023 회계연도 수준으로 맞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하원 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지출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며 예산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미 하원은 222석 대 213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최근 입김을 키우고 있는 공화당 강경파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강경파 중 한 명인 랠프 노먼 하원의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2조달러(약 2700조원) 규모 재정적자와 33조달러(약 4경 4000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보다 일시적인 셧다운이 더 걱정된다면 당신도 문제”라고 쓰며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하지 않으면 본 예산안 처리 전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 처리도 막아서겠다고 나섰다. 그린 의원 등은 자신들을 막아선다면 매카시 의장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그를 압박하고 있다.

◇부채한도 위기 이어 美정치, 경제 발목 잡나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이 한 주 길어질 때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씩 낮아질 수 있다고 지난달 경고했다. 2018년 12월~2019년 1월 35일 동안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도 미국 경제엔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나 지난 6월 미 정부가 디폴트 직전에 가서야 부채한도를 상향한 기억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셧다운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국의 신용등급은 ‘AAA’에서 ‘AA+’로 낮추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재정 거버넌스 악화를 들었다.

셧다운 위기가 커지자 상원도 압박에 나섰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선 정부가 제출한 12개 세출 법안을 모두 처리했다. 이날 표결에는 공화당 의원들도 참여했으며 일부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예산 관련 법안은 하원에서 먼저 처리한다는 관례를 깨고 상원이 먼저 예산안 처리 절차를 시작한 건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중재자로서 매카시 의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우리는 예산안에 대해 공화당 보수파의 지지를 얻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며 “여기서 일이 틀어지면 대중은 하원 공화당 잘못이라는 책임을 매카시 의장에게 지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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