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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총리 대행에는 국제사회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올랐다. 그는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군사보다는 주로 종교 관련 분야에서 일했으며 탈레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았다.
아쿤드는 그간 정부 수반 후보로 거론됐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량급’으로 분류된다. 바라다르는 새 정부에서 부수반으로 부총리급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내무부 장관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리스트에 오른 시라주딘 하카니가 맡는다. 그 역시 FBI가 현상금 500만달러(약 58억원)를 걸고 지명수배하는 인물이며 지금도 미국인 인질 1명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이끄는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연계조직이면서 알카에다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다. FBI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시민 1명을 포함해 6명을 사망하게 한 2008년 카불 호텔 테러와 관련이 있다.
이날 발표한 새 내각에는 여성 장관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탈레반 고위 인사는 BBC에 “아직 내각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BBC는 이날 발표가 이뤄진 날에 탈레반은 카불에서 여성들을 포함한 수백만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이슬람 종교법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선언한 탈레반이 여성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이날 “탈레반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이웃 국가와 다른 모든 국가와의 강력하고 건강한 관계를 원한다”며 샤리아와 충돌하지 않는 한 국제법과 조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내전으로 경제가 피폐해진데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아프간 경제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예산 80%를 차지하는 국제사회 지원도 탈레반 장악 이후 끊긴 상황이다. NPR은 “탈레반 새 지도자들은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국제적 지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새 정부가 지지를 얻을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