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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TV 등을 인용,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만나 한국 유조선 및 승무원 20명에 대한 억류와 관련해 “단지 환경 오염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는 것을 자제하고, 이란 사법부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아락치 차관은 그러면서 한국이 오히려 70억달러를 인질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약 2년 반 동안 미국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의 재정 자원을 불법적으로 동결했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엔 미국의 제재보다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양국 관계 확대는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도 이날 “한국 선박이 기름을 유출해 걸프만(페르시아만)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법원 명령에 따라 억류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것이 아닌 기술적인 것”이라고 거들었다.
앞서 최 차관은 이날 새벽 이란으로 출국해 이란과 선박 석방 문제 등과 관련해 협상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 자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한국 시중은행 2곳에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 약 70억달러가 묶여 있다. 과거 이란 석유 수출대금으로 예치됐으나,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 과정에서 동결됐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6개국은 지난 2015년 이란과 핵협정을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중단됐던 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만약 한국 은행들이 미국 승인 없이 이란 측에 자금을 이체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