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코웨이가 3년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공백기동안 M&A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ADT캡스와 STX에너지, KT렌탈 등 굵직한 M&A건을 놓쳤다. 최 회장 수감직전인 2011년 인수한 하이닉스가 마지막이다.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라도 코웨이 인수전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M&A 투자는 대규모로 이뤄지는데다 기업의 성장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오너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최 회장 수감 중 이뤄진 M&A건을 보면 중도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오너십이 부족한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인수매력 ‘충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한다는 점에서도 M&A는 대안이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 실적은 매년 감소세다. 2013년(상반기 기준) 매출은 12조 7397억원, 2014년 11조 5955억원, 2015년 10조 193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3년 상반기 850억에서 2015년 상반기 643억으로 순감했다. 반면 코웨이는 현금 창출능력이 뛰어나다. 정수기 렌탈사업은 꾸준히 현금이 들어온다. MBK가 코웨이를 인수한 직후인 2012년 코웨이 매출은 1조9928억원, 영업이익은 2261억원이었다. 지난해(2014년) 매출은 2조1603억원, 영업이익은 3644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해외 진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MBK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다고 해도 코웨이의 영업환경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SK는 전형적인 내수기업인데 최근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코웨이 인수 시 현금흐름 뿐 아니라 해외 진출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웨이가 사물인터넷(IoT) 분야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SK에겐 인수 매력으로 꼽힌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면 렌탈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코디나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SK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경쟁자 없어..단독입찰 가능성
국내엔 경쟁자가 없는 점도 SK네트웍스의 인수 가능성을 높인다. 그동안 코웨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수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롯데는 당분간 지주회사 전환에 주력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3년 전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이 가진 코웨이 지분 30.9%를 1조1900억원(주당 5만원)에 사들였다. MBK는 이 지분을 소유한 코웨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현재 주가가 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매각가는 3조원 내외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조~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홈플러스 다음으로 하반기 M&A 최대 매물이다.
코웨이가 지난 3년동안 활발한 투자로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게 일반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외에서 구체적으로 인수를 타진한 회사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도 매각을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이다. C&M과 HK저축은행 매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코웨이 매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는 SK와 MBK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더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상당부분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숏리스트(예비입찰) 선정 없이 본입찰로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SK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티저레터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