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올 들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주택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데다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실수요자들이 대거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에서 나간 주택대출은 4조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1조 6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1~3월 총 주택대출 규모는 9조 8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한 해 평균 주택대출 규모가 11조 6000억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이와 맞먹는 수준으로 주택대출이 증가했다.
주택대출과 가계 신용대출을 합한 전체 가계대출 규모도 올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가계대출은 지난 2월 3조 4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3월엔 4조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다만 지난 3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내렸다. 주택대출은 0.39%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의 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전달보다 0.16%포인르 내렸다.
금감원은 주택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류찬우 은행감독국장은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저금리와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것”이라며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집값 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사기에 나선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TV(담보인정비율)과 같은 대출규제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은행들이 이 규제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만큼 주택대출 증가가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소득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가계빚만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금은 괜찮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언제든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은 주택대출 증가 속도를 늦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부동산PF대출, 선박건조업의 은행 연체율은 각각 전달보다 0.08%포인트와 0.1%포인트 증가했다. 금감원은 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부실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