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SPA 브랜드..한국 격전장 예고

김미경 기자I 2012.02.21 13:59:25

유행 좇고 합리적 가격 찾는 소비행태 강세
올해 토종과 해외 브랜드 간 경쟁 본격화
제일모직 `에잇세컨즈`·LG패션 `TNGT` 대기업 가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시장은 불과 5년 사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5년엔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LG패션 등 내로라하는 패션 대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일색이던 SPA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하반기에는 다수의 해외 브랜드 진출도 예고되고 있다. `홀리스터`와 `아메리칸이글`(이상 미국), `오이쇼`와 `코르테피엘`(스페인), `탑숍`(영국) 등이 올해 내 한국에 들어온다.

해외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간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행을 좇으면서도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소비형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SPA 브랜드의 강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패션 기업의 반격=제일모직은 23일 압구정 가로수길에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1호점을 오픈한다. 24일에는 명동 매장도 문을 연다.

자회사인 개미플러스를 통해 전개되는 이 브랜드는 `자라`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대와 다양한 상품에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는 게 특징이다.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를 연내 매출목표 600억원, 2020년 매장 300곳·매출액 1조5000억원을 달성해 세계적인 SPA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내 대기업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인프라와 소싱이 중요한 SPA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함으로써 외국 브랜드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패션은 기존의 TNGT를 SPA브랜드 콘셉트로 바꿨다. 지난해엔 자회사인 LF네트웍스를 통해 또 다른 SPA 브랜드 `제덴`을 내놨다. 이탈리안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를 표방한 제덴은 작년 9월 론칭 이후 2개월만에 양재 하이브랜드 매장에서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매장수를 50개까지 늘려 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게 목표다.
 
패션업계의 강자로 통하는 이랜드 역시 `스파오`를 바탕으로 작년 론칭한 `미쏘`의 매장을 확대해 해외 SPA 브랜드의 공세에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가격 낮추고 매장 늘려=국내 브랜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통 제품의 생산 및 판매 물량을 늘리되 가격을 내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SPA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SPA 전략을 선택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수출용 의류제작 업체인 세아상역은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로 SPA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계 SPA브랜드에 맞서 최대 50% 가격을 인하했다. 베이직하우스는 지난 10일 명동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고 12년전 가격을 선보였다.

앞서 LG패션은 남성복 브랜드 타운젠트의 가격을 올 봄부터 30% 인하했으며, 중견 패션업체 인디에프도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예츠의 봄 신상품 가격을 30~40% 내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여성 캐주얼 톰보이도 가격 인하를 선언, 평균 옷값을 20% 낮춰 24만~34만원대이던 코트와 재킷이 24만~18만원대로 싸졌다.

올 하반기에는 해외 SPA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자라`를 보유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이 오이쇼(속옷)를 론칭하고 미국 유명 의류업체인 아베크롬비&피치(ANF)의 `홀리스터`도 한국 진출을 확정했다.

장기적으로는 인디텍스그룹의 `자라홈`(리빙)과 `유테르케`(잡화), ANF의 `아베크롭비`와 `길리힉스`, 영국 브랜드 `탑숍`, 스페인 브랜드 `코르테피엘`, 미국 브랜드 `아메리칸이글` 등도 한국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라, 유니클로, H&M 등 해외 SPA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선도했다면 올해는 토종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류 제조업체가 판매, 유통까지 도맡아 하는 저가형 의류를 말한다. 1~2주일에 한 번 꼴로 유행에 맞춰 발 빠르게 상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기업은 스페인의 인디텍스그룹으로 `자라` `마시모두띠`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을 국내에 들여왔다. 최근 경제 불황과 맞물려 중저가 패스트패션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도 인기 이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