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뮤지컬 ‘페임’을 봤다. 지난 1980년 제작된 영국출신의 알란 파커감독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한 예술학교 오디션을 통과한 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담았다. 추운 날씨에도 이날 공연은 성황이었다. 소녀시대 티파니가 주연으로 나와 춤과 노래를 선사해 객석은 뜨거웠다. 관객은 연기자가 열창하거나 멋진 춤을 선보이면 서슴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산 뮤지컬이 우리 대중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뮤지컬은 잡종이다. 유럽의 특히 오스트리아의 오페레타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미국의 보드빌, 코미디 판토마임 무용등이 마구 뒤섞인 비빔밥이다. 귀족들이 즐겨 본 오페라와는 다르다. 심각하지 않다. 격(格)을 따지지도 않는다. 가족과 남녀의 사랑 스토리에 경쾌한 음악을 입히고 물량투입해 화려한 볼거리가 특징이다. 우리 전통 놀이처럼 관객과 함께 즐기는 놀이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일까.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했다. 업계는 지난해 2500억원 정도의 시장일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에 비해 20%가 넘게 증가했다.
현재 뮤지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데는 CJ E&M(이하 CJ) 과 인터파크다. CJ는 자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배급, 마케팅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한 곳이다. 이른바 영화산업과 같은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기업이다. 최근 공연티켓 예매시장의 선두로 급부상한 인터파크역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뮤지컬 공연계에 공룡 두 마리가 등장한 셈이다. CJ와 인터파크는 너무 영세해 시장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공연문화계를 콘텐츠의 체계적인 관리및 시스템과 예약문화로 산업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공연산업 전체 파이를 키웠다. 이들의 공(功)이다.
독과점이 문제다. 공정거래법은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2개 또는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CJ의 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인터파크는 전체 공연예매시장의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향후 이들의 동선에 따라 우리 문화예술 산업전체가 향방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독과점은 문화의 다양성을 해친다. 문화가 산업화해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난제인 것도 사실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화’와 ‘산업’이 결합하면서 생긴 양날의 칼인 셈이다.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걱정한 지점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문화산업이란 용어를 지금과는 달리 부정적으로 사용했다. 책 ‘계몽의 변증법’을 통해 규모의 경제의 원리에 맞춰 같은 것만 재생산하고 있다고 미국 문화산업을 비판했다.
국내 뮤지컬은 산업화에 성공했다. CJ와 인터파크는 시장의 절대강자가 됐다. 유명스타의 캐스팅, 백억대의 제작비가 예사로운 일이 됐다. 사이즈와 물량투입이 승부처가 됐다. 하지만 규모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또한 일부 대형 뮤지컬의 실패가 입증하고 있다. 핵심은 콘텐츠의 질이다.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와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관건이다. 이 기본을 망각하면 시장의 강자도 하루아침에 훅 가는 게 문화산업이다. 영화산업이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