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지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토지공사는 자격 요건 변경, 가격 할인 등 각종 판촉전을 펼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매입을 꺼리고 있다.
9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최근 입찰이 진행된 향남2(6만여㎡) 중대형 아파트용지와 남양주 별내(8만여㎡) 중대형 임대주택용지는 참여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특히 이 두 곳은 3순위마저 없어 후분양을 하지 않더라도 매입할 수 있지만 응찰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앞서 고양 삼송과 평택 소사벌, 양주 옥정, 영종 하늘도시, 김포 양촌 등 주요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지도 주택건설사들이 외면, 일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수도권 내 미분양 공동주택지는 모두 7곳에 27개 필지로 면적만 100만㎡에 달한다.
토공은 미분양된 택지에 대해 계약 조건을 바꿔 매입 희망자를 찾고 있지만 매각이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양주 옥정과 고양 삼송, 김포 양촌 등 일부 택지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상태이고 후분양을 하지 않더라도 땅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주택건설(300가구 이상)의 실적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땅을 살 수 있도록 했지만 사겠다는 건설사가 단 한군데도 없는 상태다.
심지어 땅값을 할인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도 수포로 돌아갔다.
토공은 평택 청북지구 골프빌리지 복합개발단지에 대해 15% 할인된 땅값을 제시하고 지난달 27일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결국 유찰됐다.
이 땅의 공급가격은 타운하우스형 골프빌리지의 경우 ㎡당 60만원, 골프장이 ㎡당 7만원이었다. 지난해 매각 때 땅 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올해 재감정을 통해 공급가를 할인한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은 환란 이후 수도권에서 처음 등장한 택지 가격 할인이였다.
이처럼 공공택지 내 주택용지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쌓이는 미분양에 주택수요마저 위축되면서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부담이 심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총 사업비가 5000억원이라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공사비로만 1000억원 정도를 미리 투입해야 한다"며 "분양 시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없는 업체로서는 공공택지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